합법 근로 비자는 발급 까다로워...ESTA·단기비자 우회 파견 빈번 편법적 관행 답습… ‘터질 게 터져’...경제계 “비자 쿼터 확보 등 절실” 정부, 긴급 간담회… 비자 체계 점검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집단 구금 사태 관련 경기도 수출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전문비자(H1B)가 아닌 전자여행허가(ESTA)나 단기비자(B1) 등으로 해외 현지에서 일을 하던 게 낯선 일이 아니라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면서, 제도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수출기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마약단속국(DEA), 연방수사국(FBI)은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이민단속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경우 ▲근로가 금지된 비자 면제 프로그램으로 입국한 경우 ▲비자 체류 기간을 초과한 경우 등 475명이 체포됐다. 이 중 한국인은 300명 이상이다.
해당 노동자들은 이르면 10일 전세기를 통해 자진 출국 형태로 한국에 돌아올 전망이지만, 이대로 사태가 끝난 건 아니다.
미국 국경안보 총괄 책임자인 톰 호먼은 이날(현지시간 7일)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단속이 더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우리는 훨씬 더 많은 현장 단속을 할 것”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 당국은 정상적인 비자를 갖추지 않은 불법적 입국과 불법체류 외국인 고용은 범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특히 불법체류 외국인을 저임금으로 고용하는 기업은 부당한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경쟁을 저해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경기도 수출기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기남부지역에서 수출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수 년 전 동남아시아에 제조 공장을 짓기 위해 부지를 사들였지만 3년 넘게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며 “근로 전문비자를 받은 노동자를 구하려고 했는데 인력이 맞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변에서 ‘땅을 놀리지 말고 30일, 60일씩 (관광비자를 통해) 들어오고 나가게 해라’라고 했을 정도로 편법 근로가 흔했다”면서 “미국을 비롯해 여타 해외에 이러한 방식으로 직원을 내보낸 주변 기업들이 지금 자사 직원들의 비자를 점검하느라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미국에 신설 또는 증설 중인 공장은 20여곳이 넘는다. 발급 요건이 까다로운 미국투자기업비자(E2)나 주재원비자(L1) 등을 받은 노동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도내 수출기업단체의 임원인 B씨는 “일할 수 있는 비자를 안 내주는데 공정은 맞춰야 하니까 대기업이건 아니건 너나 할 거 없이 여행비자 등으로 미국에 들어가 몰래 일을 해왔다”며 “최근에 이 루트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공항에서 걸러지지만 예전에 들어간 사람들은 이제야 현장에서 붙잡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B씨는 “상대적으로 근로 비자 발급이 쉬운 호주, 베트남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미국행은 줄어 당분간 20여개가 넘는 미국 공장 신·증설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에선 ‘비자 쿼터 확보’ 등 보완책이 절실하다고 피력한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사업 등에 대해 특별 비자를 내준다던지, 정부 차원에서 미국과 협상해 일정 인원을 쿼터제로 받는다던지 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대한상의 정책 간담회에서 "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사흘 만에 근로자 석방이 이뤄진 데 대해 경제계를 대표해 감사드린다"며 “향후 미국 내 우리 국민의 안전과 기업의 원만한 경영 활동을 위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비자 쿼터 확보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관심과 지원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번 한국인 구금 사태를 계기로 현대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대미 투자 기업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비자 체계 점검에 나섰다. 또 대미 투자 사업 진행을 위해 단기 파견에 필요한 비자 카테고리 신설이나 비자 제도의 유연한 운영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 측과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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