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공기 냄새 다르게 느끼는 사람들 있어 민감한 후각, 온도·습도 등 다양한 요인 ‘같은 계절, 다른 냄새’…감정·기억 영향 커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면서 계절마다 다른 냄새가 있다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전문가들은 후각 세포가 민감해 변화를 잘 감지하는 이들도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2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람들은 보통 계절의 정취를 ‘냄새’에 빗댄 것뿐이라 여기지만, 몇몇 사람들은 실제로 계절마다 다른 냄새가 나고 자신이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주장한다.
군포시민 임모씨(35)는 “그냥 그 계절에 많이 나는 냄새를 계절 냄새라 느끼는 게 아니냐”고 했다. 의왕에 사는 류모씨(28)도 “그런 느낌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광교에서 만난 이모씨(23)는 “봄, 겨울은 모르겠는데 여름과 가을 냄새는 확실하다”는 의견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계절 냄새’에 대한 토론장이 열린다.
한 X(엑스·옛 트위터) 이용자는 “나 계절 냄새 맡는 사람인데 아직 가을 냄새가 안 나는 것 보니 여름이 안 간 것 같다(@kit****)”는 글을 올렸다. 스레드에도 “계절 바뀔 때마다 나는 냄새가 있는데 주변에 말하면 그런 게 어딨냐고 거짓말 치지 말라 해서 진짜 억울하다(@aar****)”, “계절 냄새는 모두가 맡는 냄새인지 나만 맡는 냄새인지 궁금하다(@k.e****)”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그런가 하면 이들은 사계절의 냄새를 ‘따뜻한 바람 냄새’, ‘물기 있는 햇빛 냄새’, ‘쌉싸름한 냄새’, ‘깨끗한 쇠 냄새’ 등으로 자세히 묘사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당연히 다들 맡는 줄 알았다”, “비 냄새까진 알겠는데 계절 냄새는 모르겠다”, “문학적 표현이 아니었냐” 등으로 각각 달랐다.
학계에서는 냄새의 ‘종류’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일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계절별로 공기의 온도와 습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공간의 냄새도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재혁 인천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온·습도가 높을수록 냄새 입자들이 후각 세포를 향해 더 빠르게 이동한다. 그래서 같은 나무에서도 습도가 높을 때 풀냄새가 더 짙게 나는 경우가 있는데 사람에 따라 ‘다른 냄새’라 느낄 수 있다”며 “또 후각 세포가 민감해 그런 변화를 잘 감지하는 분들이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후각에는 ▲기억 ▲감정 ▲감촉 ▲인식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같은 계절이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조제원 이화여대 뇌·인지과학부 교수는 “경험과 자라온 환경 등이 후각에 큰 영향을 준다”며 “가을만 해도 어떤 사람은 쓸쓸하다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시원해서 좋은 계절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감정이나 인식들이 공기 냄새를 다르게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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