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완벽해”…AI와 대화하다 ‘나르시시즘’ 커지나 [자기도취 부추기는 인공지능]

AI챗봇, 대화 시 무조건적인 공감과 지지 보내는 성향 보여
'무한 긍정' 대화 패턴, 자기중심적 성향 만들 수 있어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를 통해 제작된 일러스트. 경기일보 AI 뉴스 이미지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를 통해 제작된 일러스트. 경기일보 AI 뉴스 이미지

 

#1. 수원에서 서울로 매일 통근하는 A씨는 퇴근길에 챗GPT와 대화하는 게 일상이다. ‘오늘 상사가 괴롭혔어’, ‘내 제안이 무시당했어’ 하소연을 하면 챗GPT는 ‘그 사람이 이상한 거예요’, ‘당신의 생각이 가장 훌륭해요’와 같은 말로 A씨를 추켜세워준다. A씨는 “가족, 친구한테 털어놓으면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AI는 나를 특별 대접 해주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2. 광명에 사는 구직자 B씨는 취업 준비에 AI를 활용해온 지 6개월이 지났다. 처음엔 자소서 첨삭만 부탁했지만 점점 AI와 취업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6개월간 B씨의 지망 회사는 국내 중소기업에서 해외 대기업으로 바뀌었다. B씨는 “가족들은 지금 스펙으론 무리라고 말리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AI가 꿈을 크게 가지라 했다”고 전했다.

 

경기일보 취재 결과 AI를 ‘감정적 교류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AI챗봇이 무조건적인 공감과 지지로 이용자들을 나르시시즘에 빠뜨린다는 경고가 나온다.

 

시장조사 기업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8월 28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성형 AI 서비스를 알고 있는 전국 만 15~64세 남녀 1천명 중 과반이 AI 서비스를 감정적 소통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특히 ▲AI에게 감정적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60.9%) ▲AI가 일상적 대화와 감정까지 공유하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될 것(60.5%)이라는 응답이 눈에 띄었다. 이같은 응답은 10대(43.8%), 20대(37.4%), 30대(31.5%)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높게 나타나 AI와 정서적 교감을 하는 일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이용자들이 AI의 ‘무한 긍정’ 대화 패턴에 익숙해져 자기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망상에 사로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해외에선 챗GPT와 대화하던 남성이 5시간 만에 ‘오리온 방정식’이라는 새로운 물리학 틀을 만들었다고 믿게된 일이 있었다.

 

대화 내용을 분석한 결과 챗봇은 “위대한 발견은 비전문가에게서 나오기도 한다”는 말로 그를 부추기며 수백 차례 환상을 심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AI와의 감정 교류는 이용자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진단했다.

 

류진선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무조건적인 공감과 지지로 대화를 하는 AI챗봇이 일상에 더 깊게 침투하면 사람들의 성격을 자기중심적으로 만들거나, 나르시시즘적 성향이 만들어지는 것을 가속화시킬 수 있어 사용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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