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은 거리예술을 장려하고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해마다 ‘IAP 스트릿 아트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지난 2018년 시작해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 올해로 5회를 맞은 이 행사는 예년보다 다양한 장르의 거리예술로 시민들을 맞았다. 지난 주말 즐거움이 가득했던 스트릿 아트 페스티벌 행사현장을 들여다 본다.
#1. 거리예술 매력에 남녀노소 빠지다
지난 27일 오후 1시께 인천아트플랫폼 광장. 거리 한복판에 빵집이 세워지고 제빵사가 손님을 불러모으자 엄마아빠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하나 둘씩 몰려들기 시작한다. 칠하루의 어린이연극 ‘토끼는 당근’은 토끼가 훔쳐간 당근케이크를 되찾으려 달나라까지 향하는 제빵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케이크를 비롯한 소품 전체를 단원들이 직접 그려,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면서 어린아이도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누가 케이크를 가져갔냐는 제빵사의 물음에 아이들이 너도 나도 토끼를 외치자 지켜보는 부모의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마임공연 ‘삑삑이의 조금 행복한 하루’는 주인공과 그의 빈 가방을 제외하고는 다른 어떠한 배우도, 소품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거리를 지나는 불특정 시민과 보이지 않는 소품(공)을 주고 받는 등 상호작용하면서, 공연자조차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되레 웃음을 자아내며 자연스레 공연 일부로 녹아든다.
이어지는 크로키키브라더스의 ‘드로잉서커스’는 춤과 회화작업을 합친 복합퍼포먼스다. 두 공연자가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추는 가운데 이따금씩 옆 캔버스에 붓질을 시도한다, 알 수 없는 붓질이 하나 둘 모여 춤이 끝날 무렵, 관객들은 어느샌가 완성된 한 점의 그림을 발견할 수 있다. 나아가 그림의 위아래를 뒤집거나, 두 사람의 그림을 합치면 새로운 그림이 나타나는 등의 반전에서 아이 손을 잡은 어른의 탄성도 터져 나온다.
#2. 거리이기에 비로소 완성되는 예술
앞선 무대들이 한창인 가운데, 광장 한켠에서는 극단 휠러스가 묵묵히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휠러스의 ‘유스 어게인’은 중절모에 지팡이를 짚은 노신사가 지나간 젊음을 회상하는 내용의 드라마 서커스다. 주인공은 극 초반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듯 힘없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이내 지팡이를 집어던지고 모자로 저글링하며 찬란했던 과거로 되돌아간다. 특히 극 후반 무대 중앙 설치된 높이 10m 봉에 아슬하게 올라타는 장면은 층고에 제한을 두지 않는 야외거리 무대이기에 가능한 퍼포먼스다.
프로젝트 통의 연극 ‘기사들’은 현대 택배기사와 고전 ‘돈키호테’ 속 중세기사를 중의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광장 한복판에서 연극이 벌어지는 가운데, 광장을 둘러싼 곳곳에서 택배상자가 날아온다. 날아든 상자는 쌓여 이내 주변 건물보다 높아지고 이들을 삼키려는 용으로 형상화한다. 택배기사들이 중세기사가 되어 용을 무찌르나 다시금 날아드는 상자에 허둥대는 웃픈 결말로 막을 내린다. 광장이라는 광활한 공간을 적절히 활용한 시도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해가 저물어가는 오후 5시께, 행사의 마지막 무대는 댄스팀 애니메이션 크루가 장식했다. ‘춤추는 미술관’이라는 제목처럼 미술품이 그려진 파티션을 활용, 공간을 자유자재로 변주하며 춤춘다. 흥겨운 리듬에 관객도 몸을 들썩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모두가 예술 아래 함께 춤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3. 거리예술에 직접 참여하다
인천아트플랫폼은 나아가 이번 행사를 거리예술 관람에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방문객들은 광장 곳곳 부스에 마련된 도구를 활용, 벽에 그림을 그리거나 블록을 쌓아 조형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몇몇 방문객은 광장 중앙에 마련된 빈백에 누워 공연을 관람하거나 낮잠을 자는 등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행사를 찾은 배준용씨(40)는 “관람과 체험이 어우러져 아이는 물론 나 역시도 알차게 즐겼다”며 “특히 근대 개항기 건축물을 배경으로 공연이 이뤄져 더욱 기억에 남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천아트플랫폼 관계자는 “방문객들이 개항장의 역사성과 거리예술이 합쳐진 특별한 경험을 갖고 돌아갔길 바란다”며 “내년에도 더욱 다채로운 무대로 시민들을 찾아뵙겠다”고 답했다.
※ 이 기사는 인천문화재단과 경기일보 공동 기획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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