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연 문화체육부 부장
“남자가 소심하네”, “집은 남자가 장만해야지”, “남자는 울면 안 된다”, “주도권을 가지고 리드해야지....” 평범한 한 남성은 어릴 적부터 이러한 세상 이야기와 요구를 듣고 살아간다. ‘남자기 때문에’, ‘~기 때문에’ 갖춰야 하는 좋은 직업과 연봉, 주도권, 강함의 갑옷을 겹겹이 입고 남들과 경쟁하며 꾸역꾸역 짜여진 박스에 자신의 몸을 끼워 맞춘다. 남성은 어느 날 세상의 요구와는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또 이 틀에서 벗어나 변화하며 자신을 찾고 다양한 삶을 인정하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가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경기도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제작해 9월1일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웹툰 ‘남자기 때문에’의 이야기다. 놀라운 것은 이야기가 아니다. 웹툰 공개 후 공공기관의 소셜미디어로선 이례적으로 500여건의 댓글이 달리며 큰 공감을 얻었다. ‘사회적 역할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답게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사회적 기대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돌아보게 했다’, ‘남자기 때문에라는 말이 얼마나 많은 선입견과 부담감을 줄 수 있는지 알게 됐다’, ‘외부의 기대보다 내 목소리와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함을 느꼈다’ 등 그동안 짜여진 옷을 맞춰 입고 자신을 부단히 감췄던 수많은 이들이 공감과 심정을 댓글로 표현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출산, 선거, 연애 등 삶의 전 영역에서 성별 갈등이 치닫는 요즘이다. 웹툰 하나의 사례이나 댓글들은 청년 남성들이 전통적 성 역할에 대해 사회적으로 느끼는 불안이나 압박, 어려움을 살펴보고 이해하는 장이 확산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성별을 떠나 세상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모두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꿈꾼다는 점도. 댓글에서 문득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속 구절이 떠오른다. “내 속에서 솟아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더 많은 어른이 사회의 잣대에서 벗어나 자기다움을 찾아가길, 끝내 알을 깨뜨리고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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