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제10대 대한민국 한복 명장으로 선정된 이윤숙씨는 경기도내 유일한 한복 명장이다. 안산시 단원구에 자리한 이씨의 작업실 ‘이윤숙 한옷’은 한복을 닮은 검박한 공간이다.
■ 명절이면 옷을 짓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햇곡식을 먹게 되는 추석은 농경사회에선 새해의 시작만큼이나 중요한 ‘수확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명절을 즈음해 온 식구가 옷을 새로 지어 입던 추석빔은 조상께 보이는 정성과 더불어 무더운 여름을 지나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되는 시기에 서민들에게 포근하고 정갈한 옷을 새로 장만하는 기회가 되곤 했다.
이윤숙 명장도 “명절이 되면 이웃으로부터 부탁받은 옷을 지으시거나 가족의 옷을 손바느질하시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평범한 직장생활을 이어가던 이씨는 평생 직업에 대해 고민하던 중 서울 종로2가 근처에 있던 한복학원을 찾았다. 학원을 찾은 첫날 3개월 속성과정을 등록하며 과감히 직장을 그만뒀고 두 달 만에 과정을 끝마쳤다.
“학원에서 배운 것을 해보다가 막히는 게 있으면 어머니께 물어보면서 더 빨리 익힐 수 있었습니다. 학원을 수료한 후엔 이제 막 개업한 한복집 디자이너로 일하게 됐는데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어려서부터 바느질에 익숙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학원을 마친 이씨였지만 하루에도 몇 건씩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모르는 것은 학원에, 어머니께, 선배들에게 물어가며 3년을 밤낮 없이 일했고 그곳을 그만둘 쯤엔 우리나라 생활한복을 종류별로 다 만들 줄 알게 됐다.
한복에 입문하자마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열정을 쏟던 이씨도 결혼과 출산으로 2년여 쉼을 가졌다. 결혼 후 이사 온 안산에서도 이씨의 옷 짓는 솜씨가 입소문을 탔고 한복 짓는 법을 배우려는 사람들을 알음알음 가르치며 제작을 병행했다.
■ 한복 명장이 말하는 ‘한복’
20대부터 한복에 뛰어들어 20여년을 달려왔지만 문득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궁중복식연구원, 방송통신대 등에서 공부를 병행했다. 그 과정에서 백영자·유송옥 교수와 서울시무형문화재 11호 침선장 박광훈 선생, 국가무형유산 누비장 김해자 선생 등을 사사했다.
이씨는 2006년부터 한국산업인력공단 전문위원으로 선정되며 대한민국한양공예예술대전, 직업능력개발 훈련과정 통합심사, 인천 기능경기 모의 심사 등 심사위원으로 활동을 이어가던 중 명장 심사를 제안받고 전국에서 지원한 한복 장인들의 역량을 검토했다.
“훌륭한 지원서들을 검토하다 보니 문득 나도 명장에 한번 지원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장에 지원하기 위해선 한 분야에 30년 경력이 있어야 합니다. 강의 경력, 기능사 시험 등 증명이 될 만한 모든 것을 서류로 준비해 제출해야 하는 데 꼬박 1년이 걸렸어요. 그렇게 책으로 만들어 놓고 보니 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어 의미 있었습니다.”
그렇게 2018년 9월 3일 대한민국명장(한복생산 부문)으로 선정됐다. 한복 부문 10번째 명장으로, 경기도에선 지금까지 유일한 한복 명장이다.
명장에 선정되고 나니 비쌀 것 같다는 인식 때문인지 한복집을 찾는 손님은 더 줄었다. 워낙 한복 교육, 제자 양성에 뜻이 있던 이씨는 자신을 찾는 강의 자리는 마다하지 않았다. 2008년부터 안산여성비전센터에서 강의를 시작했고 2011년부터는 안산디자인문화고등학교와 인연이 닿아 지금껏 재능기부 형태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안산디자인문화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생들이 전국 공모전 등에 출전해 연이어 수상할 때면 제가 명장에 선정된 것보다 더 행복합니다. 종종 전통문화 관련 학과로 대학 진학에 성공한 학생들이 저와 공부한 시간이 떠오른다고 얘기할 땐 참 고맙습니다. 한복을 알고 배우겠다는 학생들과 끈을 놓지 않으려 합니다.”
한복 착용 시 궁 입장을 무료로 할 수 있는 혜택 덕에 오히려 젊은 세대에서 한복을 친근하게 여기는 현상에 대해 이씨는 반색했다. 그러나 값싸고 질 낮은 중국산 대여 한복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문화가 생긴 것 자체는 참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단가를 맞춘다는 이유로 한복을 너무 저렴하게 제작하고 대여하는 풍토는 참 속상한 일입니다. 일례로 일본에서는 무척 비싸게 기모노를 대여하고 소비자들도 그 값을 치르는 것에 대해 당연히 여기거든요. 한복을 친근히 여기되 조금만 더 귀하게 여겨주시길 당부합니다.”
이씨는 자신이 지은 한복을 평상복으로 자주 입는다. 소위 말하는 ‘생활한복’으로 “일반적인 한복에서 면으로 소재를 바꾸고 조금씩 치수만 조정해도 양장보다 더 편하다”고 강조한다.
“한복의 일상화도 좋지만 한 벌 정도는 자신만의 한복을 맞춰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다면 참 근사하지 않을까요. 추석을 핑계삼아 서랍 깊숙이 묻어 뒀던 한복을 꺼내 입어 보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