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PC방 중 68%(346곳)서 음식 조리 가능하지만 점검 허술 최근 3년간 행정처분 없이 현장 계도만...市 “PC방 등 취약시설 모니터링 강화”
PC방은 청소년들에게 오락공간을 넘어 식사공간으로까지 자리잡았다. 하지만 지역 일부 PC방들은 위생관리에 손을 놓고 이용객 먹거리 안전을 등한시 한다. 조리시설은 사람이 먹는 음식을 조리하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더러울 뿐만 아니라 각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먹다남은 음식이나 찌꺼기로 가득하다.
복합서비스 제공업소으로 진화 중인 PC방 문화에 발맞춰 관리·감독도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일보는 PC방 음식점의 실태를 살펴보고, 보다 위생적인 환경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아무리 PC방이라지만 그래도 음식을 조리하고 또 먹는 공간인데 너무 더러운 것 같아요.”
8일 오후 인천의 한 PC방. 이용객은 대부분 청소년들로, 이들은 게임을 하며 음료수는 물론 라면이나 햄버거, 볶음밥까지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 음식을 먹고 있다.
이들이 주문한 음식을 조리하느라 아르바이트생들은 앉을 새도 없이 바쁘다. 라면을 다 끓이기도 전에 음식 주문이 들어왔다는 음성 안내 메시지가 흘러나왔고, 아르바이트생은 주문 요청서를 확인한다.
라면을 가져다준 뒤, 곧바로 PC방 한구석에 마련한 조그마한 조리구역으로 간다.
그러나 이곳은 음식을 조리하는 곳이라고 보기엔 힘들 만큼 위생 상태가 불량하다.
튀김기 기름은 언제 갈았는지 모를만큼 탁하고, 곳곳에 기름때가 끼어있거나 음식물이 묻어있다. 한쪽 구석에는 담배꽁초를 모아 놓은 쓰레기통이 놓여있기도 하다.
같은 날 오후 5시께 인천 또다른 PC방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손님이 먹다남은 음식이 곳곳에 방치돼있고, 몇 십분이 지나서야 아르바이트생이 나와 청소를 시작한다.
아르바이트생은 행주 하나로 여러 테이블에 묻은 음식물이나 손님이 만진 키보드·마우스를 함께 닦는다. 이후 행주는 세척도 않은 채 아무데나 올려두었는데, 먼지 쌓인 틈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 행주는 음식을 조리한 주방을 정리하는 데도 쓰였다.
PC방 아르바이트생 A씨는 “일이 바빠 위생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라며 “PC방에서의 식사는 권하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PC방이 단순히 게임을 하는 공간이 아닌 식당으로서의 역할도 하는 공간으로 문화가 바뀐 지 오래지만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해 PC방 이용객들의 건강을 위협,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PC방에서 음식을 조리·판매하려면 담당 군·구에 식품접객업소 신고를 해야 한다. 인천에서 식품접객업소 신고한 PC방은 전체 364곳 가운데 249곳(68%)에 이른다. 이들은 ‘다중이용 및 위생취약 시설’로 분류돼 식품위생법에 따라 위생점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위생 점검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인천시가 각 군·구와 함께 지난 2022년 77곳, 2023년 74곳, 2024년 65곳의 PC방 위생 점검을 벌였지만 3~4년 동안 위생점검을 받지 않은 PC방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3년간의 점검 결과, 행정처분을 받은 곳은 단 1곳도 없다. 식품위생법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은 제조부터 식탁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과 관련 시설을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 부과도 가능하지만 모두 현장 계도에 그쳤다.
백영빈 인하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음식물이 묻은 조리시설, 테이블, 행주 등에서 식중독 등 균이 빠르게 증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이 PC방의 경우 다른 음식점과 달리 키보드·마우스 등 손님이 직접·자주 접촉하는 물건이 많다”며 “음식물에서 생긴 균이 키보드를 통해 옮겨가는 등 오염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올해 아직 PC방서 식중독 등 집단 질병은 보고되지 않았다”며 “여름철인만큼 PC방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 및 위생취약시설 모니터링에 보다 신경쓰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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