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식통

"인건비 상승·수도권 규제 부담"…'돌아올 결심' 없는 기업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①]

정부, 유턴기업 지원제도 확대에도...11년간 복귀 전국 年 12곳에 그쳐
작년 기준 해외로 진출한 국내기업 9천여곳...“국내·해외진출 기업 상생 도모를”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수출용 자동차와 컨테이너박스. 경기일보DB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수출용 자동차와 컨테이너박스. 경기일보DB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① 해외로 뜨는 우리 기업

국내에서 해외에 진출한 기업은 현재 1만개, 그리고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10년간 150개. 우리나라 ‘유턴기업’ 성적표다. 정부는 국내 산업의 장기적 안정화를 위해 유턴기업 지원 제도를 확대했지만 정작 기업들은 돌아올 필요가 없거나, 돌아올 수 없거나 둘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왜 그럴까. 현 상황과 원인, 향후 해결책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기업의 해외 진출은 곧 기업의 해외 유출이다.

 

새 판로 개척을 위해 나가는 이들도 있지만 ‘한국이 싫어서’ 떠나는 이들도 있다.

 

무작정 해외 진출을 막고 국내 복귀만 주창하는 게 아니다. 국내 기업과 해외 진출 기업의 상생을 통한 ‘유턴기업 지원책’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에 따르면 현재(지난해 말 기준) 해외에 본사를 두고 운영 중인 국내 기업은 총 9천930개로 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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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유동수화백

 

아시아권이 7천263개(73.1%)로 가장 많고 북미 1천65개(10.7%), 유럽 1천10개(10.1%), 중남미 268개(2.6%), 중동 214개(2.1%), 대양주 및 아프리카 각 55개(각 0.5%) 순이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베이징·상하이 등 17개 도시), 미국(뉴욕·실리콘밸리 등 7개 도시), 인도(뭄바이·첸나이 등 5개 도시)의 인기가 높다.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긍정적 이유도 있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 ▲인건비 및 원자재비 상승에 대한 부담 ▲제한적인 설비 투자 지원 ▲각종 규제에 따른 어려움 등 부정적 이유도 ‘진출’의 여러 원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이유로 2022년 KOTRA가 해외 진출 국내 기업 734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국내 복귀(유턴) 의향이 있다’고 답변한 곳은 4.5%(33사)에 그쳤다.

 

이처럼 우리 기업이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오프쇼어링(off-shoring)’이라 한다. 정부는 장기적 산업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국내로 돌아와 생산 활동을 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즉 기업들의 유턴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이에 유턴기업 지원 제도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정부는 지난해 ‘유턴 지원 전략 2.0’을 발표하며 유턴기업의 범위와 요건을 낮추는 등의 시도를 했고 올해는 전국 지자체, 경제자유구역청, 산업단지공단 등과 협업해 유턴기업에 적합한 부지·인프라·고용환경 등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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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유동수화백

 

하지만 유턴기업 지원 제도가 시행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유턴’한 기업은 전국 141개(연평균 12개)에 그친다. 이 기간 경기도내 유턴기업은 27개로 연평균 2개의 기업이 돌아온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지역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한 단체 관계자는 “인건비·원자재비 상승이 가장 큰 부담이라 ‘차라리 밖으로 나가자’는 기업이 많고 이들을 유인하려면 그에 걸맞은 지원이 보태져야 하는데 아직 제도적으로 기업들에 복귀 메리트가 없다”며 “해외에서 잘나가는 기업은 거기에서 정착·확대되도록 하고 유턴을 고민하는 기업은 ‘한국에서 기업하면 좋은 점이 무엇인가’를 알려줄 수 있는 현실적인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 제도… 돌아올 이유 없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들이 한국으로, 지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유턴기업 지원 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실효성은 낮은 실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바라고 떠났기 때문에 애초에 돌아올 이유가 없거나 복잡한 경영 환경이 해결되지 못해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등 ‘유턴’을 결정하는 기업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리쇼어링에 힘을 실으며 유턴기업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는데 정책적 추진 방향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국내 복귀해 주세요” 지원 정책에도… 매년 14곳만 ‘유턴’

 

1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유턴기업 지원 제도가 처음 시작된 건 2013년이다.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을 필두로 국외로 유출된 생산 기반과 일자리를 국내로 되돌려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올해 기준 정부의 유턴기업 지원제도를 살펴보면 해외사업장을 2년 이상 운영하다 국내로 복귀하고 싶거나 해외사업장과 동일한 업종으로 국내 사업장의 신설·투자를 이행하려는 이들에게 ‘조세 감면’, ‘유턴 보조금 지원’, ‘고용 보조금 지원’ 등이 주어진다. 스마트 공장을 짓거나 연구개발(R&D) 관련 활동을 하는 데에도 지원 내용이 있다.

 

국내 유턴기업 지원 제도 내용.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제공
국내 유턴기업 지원 제도 내용.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제공

 

구체적으로 유턴기업은 신규·중고 자본재 수입관세의 경우 최대 100%가 감면되고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직원 고용 시 1인당 연 최대 720만원의 보조금을 2년간 받을 수 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E9비자) 지정 알선 및 추가 고용 허용되며 국·공유재산 수의계약 허용을 통한 입지 지원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에도 지난해까지 11년간 국내에 복귀한 유턴기업은 전국 141개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자동차 관련’, ‘금속’, ‘화학’ 순으로 많았으나 연평균 12개 기업만이 한국행을 결정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7개 유턴기업을 유치하는 성과를 냈지만 한 해에 2개 기업 정도에 그치고 있다.

 

기업인들은 여러 혜택에도 ‘돌아올 이유’, ‘돌아올 명분’이 없다고 설명한다.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 인건비 및 원자재비 상승에 대한 부담, 제한적인 설비 투자 지원 등을 이유로 해외에 진출했는데 이 여건들이 나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내세우는 인센티브와 현실 기업 운영의 간극도 크기 때문이다.

 

또 업종·업체마다 수도권 규제 등 제도적 불균형도 체감되는 차이가 큰데 통상적인 지원 아래 ‘복귀’를 하는 게 망설여지는 부분이라고 전한다. 예를 들어 국내 사업장을 신설하려는 유턴기업에 최대 7년간 50~100% 감면될 수 있는 법인세·소득세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안에선 지원되지 않는 등 차이가 있어서다.

 

2000년대 후반 베트남에 진출했던 합성고무 도매업체 관계자는 “경기 북부에서 도매업을 하다 베트남에서 제조업까지 확장하려 했다. 현지에 공장을 세울 부지 매입 조건이 상대적으로 괜찮았기 때문”이라며 “6년 정도 버티다 결국 여건이 어려워 복귀를 고민했지만 부지 비용이 너무 비쌌고 수도권을 벗어나자니 물류 비용이 부담돼 결국 제조업 자체를 포기하고 도매업만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턴기업 제도가 막 시작됐을 때 한국에 돌아와 사업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그땐 저희에게 유용한 지원이 전혀 없었다”며 “국내 기업들은 애초에 해외 진출을 안 하거나 해외에 진출한 상태로 폐업해 버리기 때문에 ‘유턴’의 가치를 못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원제도 앞서 ‘기업 떠난 이유’ 살펴봐야

 

정부와 지자체도 제도의 미흡함을 알고 꾸준히 보완해 왔다. 4월 정부는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 발표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유턴기업 지원 강화를 모색했고 지자체 역시 유턴기업에 적합한 부지·인프라·고용환경 마련과 기업 맞춤형 지원책을 발굴하기로 했다.

 

이에 발맞춰 경기도 역시 해외로 나갔다 도내로 복귀하는 유턴기업의 정착을 위한 지원책을 제공한다. 올해 도는 유휴면적을 활용해 복귀한 기업들에 회계법인을 통해 받은 감정비용을 기업당 최대 1천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또 복귀사업장의 제조 효율을 높이고 인건비 절감을 돕기 위해 기업당 최대 7천만원 규모의 제조 자동화 설비 도입도 돕는다. 아울러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컨설팅과 교육 등에도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실효는 ‘글쎄’다. 유턴정책의 성과를 평가할 길도 없고 산업별 차등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와서다. 특히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포함한 글로벌 경영 전략 전반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더해진다.

 

정부나 지자체가 유턴기업 유치에 뛰어드는 이유는 결국 ‘경제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수가 줄어들고 가계 빚 등이 쌓이며 고용이 정체된 시점에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유턴기업이 도움이 된다고 보고 유턴기업의 증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은 해외 진출 기업이 ‘왜’ 해외로 떠났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그리고 복귀를 권하기 위해 어떠한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는지, 복귀했음에도 운영을 지속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관세 파동이나 고환율 사태에서 ‘경기도 복귀’를 택할 메리트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단순히 ‘정책 효과’가 아닌 ‘현장 실효성’을 중심에 두고 유턴기업 지원 제도를 재정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단순하다. 법인세와 인건비 수준이 높고 국내 생산비용이 경쟁국보다 현저히 비싸기 때문”이라며 “비용과 세금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유턴은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급여 일부를 직접 보조하는 등 기업이 체감할 만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부가 인건비의 절반을 보조하면 기업들은 ‘만세’를 부를 정도로 효과가 크다”면서 “현재 정책 기조로는 리쇼어링이 가속화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별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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