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고양이의 해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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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가 동물들에게 모이라고 했다. 선착순으로 12마리까지 띠를 정해주겠다고 제안했다. 1등을 하고 싶던 쥐가 꾀를 내 고양이에게 시간을 늦게 알려줬다. 13번째로 들어온 고양이는 띠를 못 받았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고양이는 쥐를 철천지원수로 여겼다. 틈만 나면 잡아먹기 위해 별렀다. 쥐는 멀리서 고양이 그림자만 봐도 줄행랑을 쳤다. 이후로 고양이와 쥐는 앙숙관계로 지내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픽션이다. 그래서일까. 동아시아에서 내려오는 십이지(十二支) 동물에는 고양이가 빠졌다. 해마다 상징 동물을 두는 건 시간을 12가지 종류의 동물과 대응시키는 얼개에서 비롯됐다.

 

십이지 동물에는 개도, 토끼도 들어간다. 심지어 상상의 동물인 용도 포함된다. 그런데 고양이는 빠졌다. 십이지에 고양이가 들어갔더라면 ‘고양이의 해’나 ‘고양이띠’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학술적으로 국내에서 고양이의 해가 없는 나름의 배경은 있다. 이 같은 개념이 처음 생겨날 때 고양이가 흔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학계는 중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일대에 처음 고양이가 유입된 시기는 대략 기원전 200년 전후로 보고 있다. 그럴만도 하겠다.

 

서양은 어떨까. 스코틀랜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알 스튜어트가 ‘고양이의 해(Year of the Cat)’를 발표했다. 1967년 끝 무렵이었다. 이 노래에서 고양이의 해는 황도대를 가리킨다. 황도대는 태양이 1년간 천구를 가로지르는 외견상의 경로인 황도를 중심으로 한 천체 경도의 띠다. 태양과 달을 비롯해 행성들이 이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노랫말을 들어보자. “고양이의 해/아침에 그녀와 함께 있어요/그리고 당신은 선택을 포기하고 티켓을 잃어버렸습니다/그래서 나는 머물러야 해요/하지만 밤의 북소리는 여전히 남아 있어요/당신이 태어난 날의 리듬 속에서/그녀를 떠나야 할 때가 있다는 걸 알잖아요.”

 

고양이의 해를 만들 방법은 없을까. 귓가로 흘려들으면서 문득 드는 단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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