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식통

[생각하며 읽는 동시] 젤리 할머니

젤리 할머니

                                      고순례

 

어느 날 손녀와 만났다

자주 만나지 않다 보니

낯가림하는 손녀

 

“할머니 손잡고 산책 좀 해!”

엄마의 말에 내 손을 잡은 손녀

“할머니 손이 젤리 같네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난 갑자기 젤리 할머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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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유동수화백

 

손, 따뜻한 안테나

대가족 시대와 달리 요즘엔 어느 집이고 할머니와 손녀가 떨어져 산다. 그러다 보니 끈끈한 정이 없다. 이 동시는 핵가족의 일면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할머니와 손녀 사이가 조금은 서먹서먹하다. 이를 본 엄마가 다리를 놓는다. 그게 손잡는 일이다. 손, 그건 무전기나 텔레비전으로 치면 ‘안테나’나 다름없다. 전파 대신 감정을 느끼게 하는 수신기다. 어릴 적 엄마들은 딸들에게 일렀다. 사내들한테 함부로 손 주지 말라고. 손 한 번 주면 나머지 것도 하나씩 주게 된다고. 손은 그만큼 신체 중에서 가장 예민한 감각을 지녔다. 그래서 예전엔 제아무리 친해도 남녀 간에 손 잡기를 꺼렸다. 손은 ‘전기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할머니 손이 젤리 같네요.” 할머니의 손을 잡아본 손녀의 이 말은 손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난 갑자기 젤리 할머니가 되었다.” 손녀와 할머니는 손을 잡음으로 해서 이미 하나가 된 것이다. 시인이 말하고자 한 게 바로 이것이라고 본다. 요즘엔 산책길에서 할머니와 손녀가 손잡고 걷는 것 대신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는 광경을 자주 본다. 그 귀엽던 손녀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이 동시를 읽으며 필자는 가슴 한 구석이 쓸쓸하다 못해 썰렁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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