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기본재산

정자연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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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재산 논란이 뜨겁다. 경기문화재단 이야기다. 기본재산은 법인 설립 당시 출연한 재산이거나 기부 또는 무상으로 취득한 재산으로 법인의 재정적 기반이 되는 예산을 의미한다. 경기문화재단은 1997년 경기도가 출연한 목적성 기금을 기반으로 시작됐다. 재단은 이 기금을 종잣돈으로 활용해 이자 수익을 냈고 문화예술진흥사업에 활용해 왔다. 규모는 1천200억원에 달한다.

 

경기도에선 도의 재정 상황이 어려운 만큼 운영비에 이 재산을 활용하라는 입장이다. 재단은 ‘곤란하다’고 항변한다. 기본재산 활용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한번 기금을 활용하기 시작하면 깨진 독에서 빠지는 물처럼 순식간에 바닥 날 수 있다는 거다. 선례도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은 한때 5천800억원 규모였다. 십수 년간 재정 확충 없이 사업비 부족분을 기금에서 헐어 쓴 결과 현재 6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재단법인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법적인 문제도 우려한다.

 

문화재단의 기본재산 활용을 둘러싼 고민은 타 지역에서도 찾을 수 있다. 300억원 규모의 기본재산을 가진 부산문화재단은 지난해 ‘기본재산 운용 효율화 전략 수립 연구용역 결과 보고회’를 열고 기본재산을 단순 소진용 운영비나 사업비로 활용하는 것은 지양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토대를 마련하기로 했다. 경기문화재단에서도 기금을 깬 사례는 있었다. 2020년 코로나19 때였다. 공연과 전시가 중단되면서 문화예술인들의 생계가 끊겼고 창작 활동이 멈췄다. 재단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기본재산을 활용해 50억원을 긴급 편성했다. 활용에 관한 기준은 없었지만 ‘기금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기본재산, 이 돈을 만들어 준 주인은 경기도가 맞지만 문화예술진흥기금이기에 이 돈을 통해 문화예술진흥, 예술인들을 위해 써 왔다. 실체적 주인은 문화재단도, 경기도도 아니다. 예술인들이다.” 오랫동안 관련 기관에 몸담았던 인사가 말했다. 문화예술인들에게 ‘기금은 이럴 때 사용하란 것’이란 얘기가 지금도 나올까. 당장 급하다고 기금 활용부터 들이미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 기금을 어떤 기준으로 어떤 근거로 활용할지, 기금 확장성을 위해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 열린 논의를 하고 조례 제정이나 세부 규정을 세우는 게 우선이다. 지금은 이런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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