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만약 북한이 평양에서 대한민국 광복절 기념식을 개최한다면 어떨까. 어처구니 없는 억측이고 논리적으로도 성립될 수 없다.
그런데 실제로 이와 비슷한 행사가 벌어졌다. 중국이 25일 대만 광복 기념 행사를 마련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이날 베이징 국빈관에서 대만 광복 기념일을 축하하는 리셉션을 열었다. 행사에는 왕후닝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왕 주석은 “중화민족 전체의 이익과 장기 발전의 관점에서 다함께 통일의 대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만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대만 고위 관계자는 “대만 광복절은 중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일본과의 전쟁에 실질적 공헌이 없었던 중국 공산당과도 관계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왜곡된 역사 서사와 편파적인 정치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은 최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대만 광복절인 10월25일을 중국의 기념일로 지정해 국가 차원에서 기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실 대만 광복 기념일은 1895년부터 일제 식민치하에 있던 대만이 1945년 일본의 패전 이후 같은 해 10월25일 중화민국 국민정부에 반환된 것을 기리는 날이다. 대만에선 국민당 집권 시기에는 법정 공휴일이었으나 2000년 집권한 민진당 정권이 중화민국에 반환된 것을 ‘광복’으로 볼 수 없다며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민진당은 대만 고유의 역사를 강조하면서 토착 원주민이나 본성인(명·청 시대 중국 본토에서 대만으로 건너온 한족) 입장에선 국민정부도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한 외부 세력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다 올해 다시 법정 공휴일로 회복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대만 광복 기념일 개최는 대만 문제에 대해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30일 얼굴을 맞댄다. 미국이 중국의 대만 광복 기념 행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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