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우 경제부 차장
코스피가 27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4,000 선을 돌파했다. 삼성전자 주가도 개장 직후 주당 10만원을 넘기며 마침내 ‘10만 전자’ 시대를 열었다.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힘을 쏟자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서만 64%가량 상승해 그야말로 ‘역대급 불장’을 기록 중이다. 이렇게 좋게만 지난다면 ‘동학개미운동’도 끝날 거다.
하지만 흥분보다는 냉정이 필요하다고 전하고 싶다. 주가가 오르는 이유가 탄탄한 실물경기의 뒷받침에 있는지, 아니면 과도한 기대와 유동성에 의한 일시적 상승인지 따져볼 시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상승세는 정부 정책, 외국인 자금 유입, 글로벌 회담 기대감 등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달 외국인 누적 순매수 규모는 5조2천300억원에 달한다. 반면 개인이나 기관의 투자자 비중은 순매도세가 우위를 보일 때가 많았다. 시장을 지탱하는 힘이 ‘실적’보다는 ‘기대감’에 치우쳐 있다는 방증이다.
앞으로의 변수 또한 적지 않다. 29, 30일 각각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지지부진하던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글로벌 무역 갈등으로 시끄럽던 시장 상황도 종식될 수 있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상승세는 이어질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 외국인 자금이 다시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 마이크로소프트·애플·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3분기 실적 발표 등이 시장을 흔들 요인으로 남아 있다. 2021년 코스피가 3,000 선을 돌파했을 때도 비슷한 낙관론이 퍼졌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지수는 2,400대까지 떨어졌다. 희망의 끝이 조정이었던 과거가 있어 이 분수령을 주의해서 보자는 의미다.
지금 시장엔 불확실성이 잔존한다. ‘사천피’를 넘어 ‘오천피’로 가야 한다는 기대는 이해하지만 그만큼 리스크 관리가 절실하다. 기업 실적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정책 효과가 단기 부양에 그친다면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한다. 투자자는 시장의 열기에 휩쓸리기보다 금리·환율·수출지표 같은 기본 경제 변수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파란 불장은 요란하게 다가와도 빨간 버블은 조용하게 스며든다. 코스피 4,000 돌파를 자축하면서도 중심을 잡는 시선이 필요한 시기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