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영 사회부 차장
‘10·15 부동산 대책은 주거 사다리 걷어차기’, ‘노인, 국민연금 수급 연령 상향은 복지 사다리 걷어차기’.
요즘 사회의 화두가 ‘수저색’에서 ‘사다리’로 옮겨 가는 분위기다. 그나마 수저계급론에는 살면서 색깔 하나쯤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라도 있었다면 사다리론에는 불신과 분노가 가득 차 있는 듯하다.
‘사다리 걷어차기’는 공성전에서 성벽을 오르는 적의 사다리를 발로 차 내 위치로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전투 방식에서 유래한 말이다.
보호무역으로 부를 쌓아 선진국이 된 국가들이 같은 방식으로 발전하려는 후진국에 자유무역을 강요, 선진국 대열 합류를 저지한다고 꼬집은 장하준 런던대 교수의 저서 제목으로도 유명하다.
그럼 옛날 싸움 방식이나 신자유주의 이면을 지적한 책 제목이 왜 2025년 한국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을까. 부동산, 노인 복지 등 정책 변화가 옳고 그름을 떠나 ‘후발 수요만 막는다’는 인식을 심어준 탓이라고 본다.
일례로 서울 전체, 경기 주요 지역에 대출 규제 강화, 실거주 의무를 적용한 10·15 부동산 대책은 ‘대출이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산 뒤 갚거나 다른 집으로 옮긴다’는 전통적(?) 주택 취득 방식을 제한한 게 핵심이다. 하지만 명확한 공급 대책은 따라오지 않았다.
이에 ‘같은 방법으로 이미 집을 산 자들이 사다리를 끊는다’는 아우성이 속출하고 여당 최고위원조차 “사다리를 치우면 안 된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대안 없는 수요 억제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상향된 국민연금 수급 연령, 국민통합위원회와 대한노인회 간 법정 노인 연령 상향 공감대 형성 역시 ‘신규 고령 수혜층 합류 저지냐’는 노노(老老) 갈등으로 번진 상황이다.
저출생·고령화,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양극화 심화가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저해하고 있다. 갈등이 확대 재생산되는 각자도생 사회를 막기 위해 정부는 정책마다 ‘누구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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