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스산하다, 당황스럽다. 어수선하다. 떠들썩하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불청객 때문에 소환된 형용사들이다.
요즘 동이 트면 나누는 인사말 가운데 상당수가 “날씨가 쌀쌀하니 옷깃 꼬옥 여미시라”다. “밖에 나가실 때는 옷 따뜻하게 입으시라”는 덕담도 빠지지 않는다. 늦가을에 불쑥 찾아온 동장군이 불러온 풍속도다.
요즘 추위를 두고 말들이 참 많다. 우선 단풍 구경을 준비했던 이들로부터 나오는 푸념이 한결같다. “나무들이 놀라 단풍도 다 지겠다”며 입맛을 다신다. 실제로 길가의 은행나무 색깔은 아직도 연두색이다. 붉은 색깔을 띠어야 할 단풍나무 잎도 그렇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으로 비염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옷장 한구석에 처박아 뒸던 점퍼나 패딩 등을 꺼내며 구시렁거린다.
며칠 동안 한반도를 강타한 추위로 눈에 띄게 두드러진 특징에는 일교차도 있다. 물론 통상적으로 가을이 깊어지면 낮과 밤의 기온차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그래서일까. 늦은 밤이나 새벽에 찬 바람이 불어오고 코 점막이 건조해진다. 뺨을 스치는 바람결이 면도날 같다. 북풍한설이 따로 없다. 이 때문에 코 막힘이나 재채기 등 호흡기 증상이 쉽게 나타난다. 면역력 저하, 혈관 수축 등으로 감기나 심근경색 등 건강 문제도 신경이 쓰인다. 따뜻한 옷차림에 실내 환기, 수분 섭취 등이 필요한 대목이다.
다행스러운 건 기온이 다시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기상당국은 31일부터 평년 기온 수준을 되찾겠다고 예보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11월3일부터 또 추위가 엄습한다고 한다.
불현듯 1995년 발표된 육각수의 ‘흥부가 기가 막혀’ 대중가요 노랫말 끝부분이 떠올랐다. “그래도 난 내 길을 가/착한 마음 하나로 이 세상에 맞설 터/가을 끝자락에 불어 오는 찬 바람에 꽁꽁 얼어붙는 우리네 인심/흥부가 기가 막혀.”
계절을 뛰어넘어 닥친 추위가 서민들에겐 이래저래 기가 막히지 않을까. 2025년 가을은 또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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