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가끔은 신발을 벗어보자”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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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수선이 천직인 어르신이 그랬다. “신발만 봐도 어디가 아픈지, 무슨 일을 하는지 감이 옵니다.”

 

신발은 가지 않는 곳이 없다. 밟지 않는 공간도 없다. 흙탕길이든 꽃길이든 어디든 간다. 그래서 신발에는 주인의 철학과 가치관 등이 배어 있다. 평생 자신을 있게 해 준 신념도 담겼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도, 타인의 시선도, 남이 세운 기준도 들어가 있다.

 

그런데 가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으면 달라진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성경에도 나온다.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신을 벗으라.” 어쩌면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신념도, 가치관도 내려놓을 수 있다. 신발을 벗으려면 믿음과 용기 등이 필요하기도 한다. 통상적인 고정관념 탓이다.

 

맨발이 되고 나서야 깨닫는 것은 수두룩하다. 필자도 맨발걷기에 대한 주변의 권고를 콧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어떤 벗은 황토를 보내줄 테니 집에서라도 걸으라고 했다.

 

얼마 전 산책길에서 아침 햇살에 빛나는 오솔길을 발견했다. 말로만 듣던 맨발걷기를 위한 길이었다. 물론 발바닥에 닿는 흙의 느낌이 처음에는 불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편안해졌다. 마음도 평안해졌다.

 

바닥은 딱딱하고 솔잎과 나뭇잎들이 나부꼈다. 속도는 느리지만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해졌다. 자연의 빛, 소리, 온도, 습도, 냄새 등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건 덤이었다. 잠시 멈추고 이 감각을 깨우는 게 삶에서 얼마나 중심을 잡게 해주는지를 알 것 같았다. 맨발로 걸으려면 중심이 중요하다. 길의 굴곡이 있고 바닥이 딱딱하니 미세한 근육을 쓰게 되고 전신의 균형감도 필요하다.

 

최근 경기도내 공원 곳곳에 맨발길이 조성되고 있다. 경기도도 내년까지 ‘경기 흙향기 맨발길’ 1천곳을 조성키로 했다. 이미 올해 상반기 403곳을 조성했다.

 

오늘부터라도 동구 밖으로 나가 신발을 벗고 맨발로 황톳길을 걸어보자. 좀 차갑긴 하겠지만 신발을 벗는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적어도 삶의 무게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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