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착한가격업소’ 폐지하라, 이럴 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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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장안구의 한 냉면집에 부착된 ‘착한가격업소’ 현판. 오종민기자

 

‘착한가격업소’ 현판이 사라지고 있다. 누가 떼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다. 가게 주인들 스스로 내리고 있다. 2023년 자진취소 건수는 72건이었다. 2024년에는 73건으로 비슷했다. 올해 들어 갑자기 늘어났다. 3개월이 남은 9월 현재 이미 104건이다. 지자체가 인정해주는 신뢰의 상징이었다. 지정에 적지 않은 경쟁까지 붙었다. 그러던 착한가격업소가 외면을 받고 있다. 자진 취소 업소가 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착한가격업소 제도는 소상공인 지원책이다. 물가 안정 유도와 서민경제 지원이 목표다. 고객에게는 저렴한 가격과 양질의 서비스로 인식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다. 지정 기준이 다섯 가지 정도 있다. 가장 핵심은 저렴한 가격이다. 지정 때 주어지는 혜택도 몇 가지 있다. 지방세 감경, 공공요금 감면, 홍보 지원, 현판 부착, 일정 경비 지원 등이다. 경기도 전체에 1천721곳이다. 자진 취소 추세가 지금 같다면 몇 년 못 갈 수 있다.

 

문제의 출발은 급등하는 물가다. 제도가 시행된 것은 2011년이다. ‘일정 경비’는 2023년부터 지원하고 있다. 액수는 연간 85만원으로 변함이 없다. 이 기간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2023년 3.6%, 2024년 2.3%, 올 10월 현재 2.4%다. 고정된 지원금이 그만큼 삭감된 셈이다. 착한가게업소의 핵심은 저렴한 가격이다. 각종 지원과 착한 가격은 상관 관계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안 한다며 현판을 떼는 지경이다.

 

취재진이 현장에서 심각성을 지켜봤다. 수원 팔달구의 한 냉면 가게가 있다. 2014년부터 착한가격업소였다. 5년 전, 한 그릇에 7천원으로 올렸다. ‘일정 경비’ 지원 이후에는 못 올렸다. 이제 원자재 가격이 올라 7천원으로는 원가도 안 된다. 그도 그럴 게 냉면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1만2천269원이다. 맛집이나 특식 냉면은 1만5천원에서 1만8천원까지 간다. 연 85만원 받고 통제할 수준이 아니다. 마땅한 방도가 있기는 한 것일까.

 

혈세를 투입해 형성된 낮은 가격이다. 시민이 인정하지 않는다. 211만 소상공인 가운데 1천여명만 받는 혜택이다. 다수 소상공인도 관심이 없다. 85만원으로 충당될 수 없는 고물가 시대다. 당사자들까지 취소를 원하고 있다. 시민이 인정하지 않고, 소상공인이 환영하지 않고, 당사자들도 반납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애초부터 현실성이 없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그 정책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폐지를 포함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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