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싶다면 죽음을 배워야'…더 잘 살기 위한 삶의 언어들 [책 소개]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는 살고, 죽는다. 인간은 죽음을 인식하는 유일한 동물이기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죽는다는 사실만으로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오늘 소개하는 네 권의 책은 암 전문의, 법의학자 등 죽음을 자주 마주하는 저자들이 바라본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 죽음을 앞둔 작가가 생애 끝자락에 쓴 글들이다. 죽음을 온전히 이해한다면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김범석 지음)

 

흐름출판 제공
도서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흐름출판 제공

 

서울대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 김범석 교수가 자신이 만난 암 환자와 가족들이 그려가는 마지막을 지켜보며 의사로서 솔직한 속내를 담았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시간을 채운다. 누군가는 삶의 마지막까지 작은 행복을 찾아 담담하게 삶을 정리하고 어떤 이는 절망과 괴로움에 사로잡혀 죽음을 미루기 위해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그 곁의 가족들도 환자의 마지막 선택을 존중하기도 하고, 아픈 과거를 떨치지 못한채 시한부 환자를 외면하기도 한다. 의료진은 환자와 보호자의 선택을 지켜보며 ‘어떤 것이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 최선이란 무엇인지’ 끝없이 고민하고 자문한다. 책 속 사람들의 모습을 따라가며 언젠가 우리에게 닥칠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고맙습니다 (올리버 색스 지음, 김명남 옮김)

 

도서출판 알마 제공
도서 '고맙습니다' 알마 제공

 

영국 출신의 신경의학·뇌과학 전문 교수이자 작가였던 올리버 색스의 ‘고맙습니다'는 그가 여든 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 생의 마지막 2년 간 쓴 글 중 네 편을 묶어 낸 에세이집이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등 신경과 전문의로서 아픈 사람들의 사연을 토대로 인간의 뇌와 정신 활동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던 그는 스스로 병마와 싸우는 중에도 질병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 하기 보단 자신의 의학적·정신적 변화를 수용하며 세상과 다정하게 인사한다. 2005년 진단받았던 안구흑색종이 2013년 간으로 전이됐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는 여든 살 생일을 앞두고 쓴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여든 살이 되는 것이 기대된다. 여든 살이 되면 이전 나이에서는 가질 수 없었던 장기적인 시각과 자신의 역사를 몸소 살아냈다는 생생한 감각을 갖게 된다.(중략) 노년은 여유와 자유의 시간이다.”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이호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도서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살아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라. 죽음에는 분명한 교훈이 있다.”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사람은 무엇을 고민하고 삶의 어떤 부분을 고민할까. 지난 30여년 간 4천여 구의 시신을 부검해오며 “매일 죽음을 보다 보니 때때로 살아 있는 게 비정상처럼 느껴진다”는 법의학자 이호. 그는 이 책을 통해 법의학자는 어떤 존재인지, 왜 법의학자가 되기로 했는지, 법의학자로 살면서 만난 죽음을 통해 무엇을 깨달았는지 이야기 한다. 우리 삶이, 사회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작가는 “잘 살고 싶다면 죽음을 배워야 한다”고 화답한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박완서 지음)

 

세계사 제공
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세계사 제공

 

‘한국문학의 어머니’ 박완서 작가는 40세의 나이에 장편소설 ‘나목’으로 등단하며 여든에 가까운 나이까지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쳤다. 2011년 1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글을 매만지다 떠난 작가는 생전에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정직하게,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겠다는 다짐으로 쓰고 고치고 쓰길 반복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10주기에 맞춰 출간된 이 책은 그가 남긴 660여편의 에세이 중 35편을 담은 박완서 에세이의 정수다.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6.25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결혼을 해 안정적인 가정을 꾸렸지만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을 잃었던 작가는 전쟁과 분단, 가족의 죽음이라는 상실과 고통 속에서 결핍마저 사랑으로 승화시키며 삶을 살아냈다. 그런 그의 속내를 진솔하게 써내려간 그의 산문을 읽다보면 작가 박완서가 아닌 인간 박완서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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