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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단상] 누구를 위한 주택 정책인가

신상진 성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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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또다시 시민의 삶을 옥죄고 있다.

 

9월 발표된 ‘1기 신도시 정비사업 후속방안’과 10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은 제목만 달랐을 뿐 성남시의 재건축 추진을 옥죄고 시민의 불이익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고 지방정부의 자율을 묶어 두며, 결국 시민이 피해를 떠안는 구조다.

 

국토교통부는 9월 발표에서 분당만을 불합리하게 배제했다. 2026년 재건축 허용 물량을 1만2천가구로 묶어둔 채 이월마저 불가능하도록 통제했다. 재건축 수요가 가장 크고 노후화가 심각한 분당만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다른 신도시에만 4만4천가구를 추가 배정하며 연차별 물량 초과를 허용한 것과 대비된다.

 

행정의 잣대가 아니라 정치의 계산이 작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누구를 위한 주택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은 같은 법 아래서 결과는 다르게 적용되는 ‘정책의 역차별’을 체감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주 여력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이 논리는 스스로 모순이다. 성남은 이미 도시화가 포화 단계에 이르러 더 이상 신규 개발이 가능한 부지가 거의 없다. 이주 여력을 확보하려면 개발제한구역(GB) 해제가 필수인데 그 권한은 국토부가 쥐고 있다.

 

이에 시는 보전 가치가 낮은 GB 해제와 이주단지 조성 방안을 수차례 건의했으나 국토부는 번번이 거부했다. 스스로 문을 잠가놓고 “나갈 길이 없다”고 말하는 격이다.

 

더구나 분당은 광주와 용인 등 인접 도시와 생활권이 맞닿아 있다. 광역적 관점에서 이주 분산이 충분히 가능함에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행정편의주의이며 책임 회피의 전형이다.

 

10월15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은 이 위에 또 하나의 족쇄를 채웠다. 성남 전역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일괄 묶어 버린 것이다.

 

이 3중 규제는 시민의 재산권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동시에 제약하며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 동력을 급속히 약화시킨다.

 

정부가 말하는 ‘시장 안정’은 결국 ‘지방 통제’에 가깝다. 공급 확대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공급을 담당해야 할 지자체의 손발을 묶는 정책이 무슨 실효를 갖겠는가.

 

행정은 시간을 나누지만 시민은 오늘을 살아간다. “이월은 안 된다”, “입주 연도는 2029년까지”라는 식의 책상 위 행정이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 주민의 삶은 하루하루 이어지는데 국토부는 연도 단위의 문서로 그 삶을 재단하고 있다.

 

노후 아파트에서 안전을 걱정하며 사는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서류 속 물량표가 아니라 실제 공사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다.

 

정부는 이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분당의 재건축은 투기가 아니다. 주거권이자 안전권이며 노후 도시를 미래 도시로 바꾸는 국가적 과업이다. 정부의 통제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대상이다. 지방정부가 현장에서 시민과 부딪치며 해결책을 찾고 있을 때 중앙정부는 지원자이자 파트너가 돼야 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주거 안정을 말한다면 형식적 수치와 행정 논리에 매몰된 지금의 방식을 버리고 실질적 형평과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길을 막고 길이 없다고 말하는 정부의 행정은 시민의 삶을 더 어렵게 할 뿐이다.

 

성남시는 1기 신도시 중 최초로 ‘재건축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4회에 걸쳐 권역별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정부의 불합리한 정책으로 인한 성남시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민과 함께, 품격 있게, 그러나 단호하게 도시의 미래를 바로 세워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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