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식통

유턴기업 제도 10년, 무엇이 문제인가…경기일보 특별 좌담회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完]

급격한 인건비 상승·인허가 부담 등 해외보다 불리한 국내 사업환경
공장만 다시 세우면 되는 문제 아닌 인력·자본 등 정착 기반 조성 필요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 完 멈춰선 유턴기업 대책은

자국을 뒤로한 채 기업은 해외로 향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해외에 사업장을 둔 국내 기업은 9천930곳. 반면 2013년 유턴기업 제도 도입 이후 지난 10년간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150곳에 그쳤다. 기업 복귀 흐름은 좀처럼 반전되지 않고 있다.

 

경기일보는 지난달부터 특별기획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을 통해 이 현상 뒤에 놓인 구조를 현장에서 확인해 왔다. 비용 문제를 넘어 노동시장 경직성, 규제·인허가 부담,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복귀 결정을 가로막고 있었다.

 

해외 진출 기업들은 국내보다 ‘사업 환경의 유연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링크일렉트로닉스는 베트남 하노이를, 에코트㈜는 태국을, 윤네트웍스는 중국 상하이를 각각 성장 발판으로 삼았다. 반대로 국내 복귀를 택한 세기콘트롤과 놋반안성방짜유기는 자동화 전환, 세무·행정 절차, 숙련 인력 확보 등 새로운 장벽을 마주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개별 기업의 선택 뒤에는 공통된 구조가 있다는 판단 아래, 경기일보는 기획을 마무리하며 전문가 3인과 특별 좌담회를 진행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 ▲조재한 산업연구원 산업정책기획실장이 참여해 유턴기업 정책의 한계와 경기도의 과제를 점검했다.

 

 

망설이는 ‘유턴’ 해법을 묻다… 전문가 특별 좌담회

image
(왼쪽부터)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 조재한 산업연구원 산업정책기획실장

 

Q. 유턴기업 정체의 핵심 원인은 무엇인가.

 

. 한국은 이미 고임금 국가가 되었기 때문에 제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것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부품 산업 경쟁력도 예전만 못하고 세제·인건비 등 비용 요인이 기업 입장에서 우호적이지 않다. 인건비가 낮은 지역에서 생산하던 기업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제조업 특성상 매우 어렵다.

 

. 산업용 전기요금 급등, 인건비 상승, 환경·안전 규제 강화 등으로 국내 제조 환경이 악화된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기업의 체감도는 낮고, 실제 유턴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애로를 해소하기에는 실효성이 부족하다. 복귀를 결심할 만큼의 유인도 충분하지 않다.

 

. 중국 등 저비용 국가의 생산비 상승으로 2010년대에 한 차례 역 유턴 수요가 발생했지만 그 수요는 이미 대부분 소진됐다. 지금은 국내 생산비가 높고 초기 이전 비용, 공급망 재편 리스크까지 더해져 ‘그대로 해외 생산을 유지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기업이 많다.

 

Q.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는 유턴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 최근 국제 정세 변화로 일부 변수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은 미국이나 제3국 투자를 함께 검토하며 복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한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가 국내 복귀를 자극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은 계속되고 있다. 국내 복귀도, 제3국 이전도 모두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기업은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통상환경 변화는 한국 복귀보다 오히려 미국 또는 동남아 이전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 글로벌 공급망이 양분되는 상황에서 첨단 산업 중심의 R&D 기능은 한국과 경기도가 유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제조 라인을 100% 국내로 옮기는 흐름으로 보긴 어렵다. 기업들이 해외 거점을 유지하거나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사례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

 

Q. 경기도 유턴 정책의 가장 큰 공백은 무엇인가.

 

. 유턴기업이 국내에 정착하려면 단순 유치 지원을 넘어 투자–생산–안정화까지 전 단계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허가 지연 해소, 불필요한 규제 조정, 필수 인프라 지원 등 현장에서 바로 적용되는 체계가 부족하다. 기업이 겪는 애로를 실시간으로 해결하는 ‘현장 중심 지원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 경기도가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유치 이후가 비어 있다는 점이다. 설비 구축, 인허가·규제 대응, 인력 충원 등 복귀 이후의 현실적 장벽을 기업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단순 유치에서 벗어나 정착을 중심으로 하는 사후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 유턴은 공장만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경영진·직원·가족의 생활 기반까지 옮기는 일이다. 경기도가 유턴기업을 유치하려면 주거·교육·생활 인프라를 포함해 ‘사람이 함께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첨단 제조·R&D 기업일수록 핵심 인력 확보가 정착의 성패를 가른다.

 

Q. 인력난과 비자 장벽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 기업 경영의 핵심은 ‘사람’이다. 국내는 인건비가 높고 숙련 인력이 부족하며, 해외 기술 인력을 들여오는 것도 1년 단위 비자 체계로는 안정적 계획이 어렵다. 일본처럼 10년 이상 체류할 수 있는 장기 비자 제도가 필요하다.

 

. 핵심 기술 인력에 대해서는 비자(E-7 등)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처리 기간을 단축하는 ‘유턴기업 전용 패스트트랙’을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국내 인력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 경기도는 수도권 접근성이 좋지만 첨단 분야 투자 수요가 많아 고급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 해외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지역 대학과 연계한 맞춤형 교육·실습·채용 연계 프로그램을 체계화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인력을 지역에서 직접 공급하는 모델이 필요하다.

 

Q. 장기적으로 유턴기업 정책은 어디를 목표로 해야 하나.

 

. 유턴기업 확대는 산업 구조 고도화와 고용 안정의 동력이다. 핵심 부품·소재·장비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면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위기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판이 된다. 특히 경기도는 ‘첨단 산업 클러스터’ 기반을 갖추고 있는 만큼 기술–인력–시장 연계형 생태계를 더욱 정교하게 설계해 첨단 유턴기업의 정착지로 성장해야 한다.

 

. 해외에서 실패해 돌아오는 기업보다, 해외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기업을 다시 한국으로 끌어오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이들의 기술·경험·자본이 함께 들어와야 산업의 질적 성장이 가능하다. 기업별 니즈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기술·인력·규제·금융을 아우르는 포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 해외에 나가 있는 수만개의 한국 기업 중 얼마나 많은 기업을 경기도로 유치해 10년 이상 뿌리내리게 하느냐가 경기도 GRDP와 세수에 직결된다. 기업도 나무처럼, 심은 뒤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다시 떠난다. 최소 10년 이상을 바라보는 ‘장기 정착전략’이 필요하다. 특별기획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관련기사 :

"인건비 상승·수도권 규제 부담"…'돌아올 결심' 없는 기업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51014580383

 

가격 싸고 인력 넘쳐… 韓 기업, 중국행 러시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1022580424

 

해외기업 유치 사활 건 태국… 전 세계 ‘쏠린 눈’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1027580487

 

싱가포르·말레이… K-기업, 新시장서 미래 개척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④]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04580171

 

“돌아오면 끝” 아냐…유턴기업 정착 위한 ‘처절한 전쟁’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⑤]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11580578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