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아트센터서 ‘7人7色 법고 공연’ 한국 불교 최초 법고 고수들 화합 부처 가르침 담긴 연주, 청중 교감 고요함 속 선명상, 참선으로 ‘연결’ “누군가의 삶에 ‘작은 위로’가 되길”
산중을 울리고 수행자들의 새벽을 깨우던 ‘법고’가 세상으로 나왔다. 30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공연 ‘법음-일곱 법고, 세상으로 나오다’에는 김혜진 ㈔전통국악예술교육협회 대표 겸 예술감독과 7명의 스님, 그리고 7개의 법고가 무대를 가득 메웠다. 경기일보·전통국악예술교육협회가 주최하고 법고보존회·MAKE WITH가 주관,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후원한 이번 공연은 한국불교 최초로 각기 다른 종단의 법고 고수들이 모여 화합의 무대를 꾸미고 ‘부처의 가르침’이 담긴 북소리를 청중과 교감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법고 연주가이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서국장인 구산스님은 20년 전 해인사 강원(승가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 처음 법고를 접했다. 저녁 예불에 울려퍼지는 선배 스님들의 법고 소리는 이제 막 수행의 길에 들어선 학인은 물론 해인사에서 기도를 마치고 서둘러 버스에 올라타던 이들의 발길을 되돌리기에 충분했다. 공연에 앞서 경기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구산스님은 “법음 소리에 다시 법당으로 올라오는 불자들의 모습을 보며 ‘소리가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고 말했다.
구산스님은 이 시기부터 자연스럽게 법고를 배우고 연주하기 시작했다. ‘소리로 전하는 가르침’이기도 한 법고는 스님에게 수행의 길이었고 중생과 만나게 해주는 가장 따뜻한 인연이었다.
이번 ‘법음-일곱 법고, 세상으로 나오다’에 출연한 법고연주가들은 하나같이 “법고는 단순한 큰 북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법고 한 타 한 타는 생명 있는 모든 존재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수행자에게는 깊은 책임과 자비심을 일깨워 주는 법구(法具)로 쓰인다고 강조했다.
법구이지만 음량이 큰 악기이기도 한 ‘법고’는 큰 소리 뒤에 오는 잔향과 울림, 정적만으로도 관객에게 치유의 역할을 한다. 이는 최근 대한불교조계종이 현대인들의 정신건강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앞세우는 ‘선명상’과도 연결돼 고요함을 깨닫고 잠시 멈추는 지혜를 찾는 계기가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명상은 일시적으로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 스트레스 낮추는데 도움이 되지만, 명상에서 벗어나는 순간 고요함을 잃고 현실에서 마주하는 또다른 스트레스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나 선명상은 순간의 고요함이 아닌 참선으로 이어지기 위한 ‘통로'이자 ‘준비 수행’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힘을 갖게 한다. 자신의 호흡을 알아차리고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비춰 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참선의 문도 자연스레 열린다.
구산스님은 “늘 빠르게 움직이고 머리로는 끊임없이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의식적으로 멈춰서 나를 알아보는 시간을 주는 수행이 필요하다”며 “몇 초라도 마음이 고요해지면 그 고요함이 하루를 바꾸고, 하루가 바뀌면 인생이 달라진다. 선명상을 통해 ‘잠시 멈추는 지혜’의 길로 들어서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행자로서 각기 다른 종파의 스님들이 모여 연주한 이번 무대는 공연을 넘어 하나의 법문(法門) 역할을 했다. 구산스님을 비롯한 스님연주자들에게 법고 연주는 몸과 소리로 전하는 수행의 또 다른 형식으로 무대가 어디든, 도량이 어디든 법고를 울리는 마음은 한결같다.
구산스님은 “종교인으로 때때로 청중 앞에 서는 것이 부담될 때도 있지만 그 울림이 누군가의 삶에 작은 위로와 밝음을 전한다면 그 자체로 수행자의 길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이기도 한 불교 문화유산을 전세계인들이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방안을 더 많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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