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론은 특검의 그것과 달랐다. 1명을 고발하고, 3명을 수사 의뢰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양평군 공무원 A씨 사건이다. 1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직권조사 보고서를 의결했다. 82쪽 분량에 상당히 상세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수사 과정에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고 결론 냈다. A씨를 조사한 것은 파견 경찰관 4명이다. 인권위는 4명 모두 강압 수사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조치는 가담 정도로 구분했다.
인권위는 이날 브리핑에서 ‘21장 분량의 일기 형식 유서를 확보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서는 원본 공개 여부로 논란을 빚었던 자료다. 인권위는 메모·유서에 담긴 강압 수사 주장을 전했다. “안 했다고 하는데 계속 했다고 한다”, “했다고 말해버렸다. 내가 참 바보 같다”.... 고발된 수사관(경찰)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고 했다. 휴대전화 포렌식 기록, 통화·문자 내역 조사, 주변인 진술 청취를 통해 조사하고 결론 냈다고 한다.
이날 밝힌 내용 가운데 주목되는 부분이 또 있다. A씨의 유서 처리와 부검 과정에 나타난 경찰의 부적절성이다. 경찰은 사건 직후 A씨 유서에 대한 필적 감정을 조회했다. 또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 영장도 청구했다. 인권위는 유서가 유족에게 ‘적기에 제공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헌법상 사생활 영역에 대한 통제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부검 실시 과정도 “유족이 (부검에) 명확히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선 특검 감찰의 면죄부 논란이 나온다. 판단과 결정에 논리적 모순은 있다. 강압 수사에 대해서는 ‘확인 안 됐다’고 하면서도 ‘수사관 파견은 취소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모순만으로 봐주기 감찰을 단정할 순 없다. ‘경찰 조사 필요성’은 특검도 요구했다. 결국 조사위 권고가 직접 영향을 줄 것은 경찰 수사다. 인권위 고발과 수사 의뢰는 법적인 강제력을 갖는다. 징계 권고도 90일 이내 ‘불수용’하지 않으면 따라야 한다.
야권의 고발과 특검의 조사 요구에 이어 인권위 고발·수사 의뢰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그만큼 향후 경찰 수사의 향배를 가늠키 어려워졌다.
A씨의 죽음으로 세상이 떠안은 과제는 두 가지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수사의 진실이 하나이고, 전직 영부인 비리의 진실이 다른 하나다.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다. 그가 주장한 강압 수사가 밝혀지지 않는다면, 그가 남긴 진술은 영부인 사건의 증거가 될 것이다. 그가 주장한 강압 수사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그의 특검 진술은 영부인 재판에서 휴지가 될 것이다. 이 진실을 아는 A만 없다. 있어선 안 될 딱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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