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식통

[이왕휘의 세계는 지금] 다케이치 오판과 트럼프 日 패싱

다케이치 총리 발언에 中日 갈등 촉발
군사동맹국 미국은 애매한 전략 취해
韓, 전략적 유연성 신중하게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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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다케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달 7일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현직 총리가 대만 문제에 ‘존립위기 사태’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적 파장에 대한 야당의 질의에 대해 다케이치 총리는 이 발언을 “특별히 철회하거나 취소할 생각은 없다”고 답변했다.

 

중국 정부는 이 발언을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일 4개 정치 문서 정신의 위반으로 규정하면서 다케이치 총리를 맹렬히 비판했다.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소셜미디어에서 다케이치 총리의 “그 더러운 목을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라는 극언까지 퍼부었다.

 

동시에 중국은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限韓令)과 유사한 한일령(限日令)을 발동해 경제·인적 교류를 차단하고 있다. 이달 일본행 노선 5천548편 중 16%인 904편의 운항 중단이 결정됐으며 일본 영화 상영과 음악 공연 등이 예고 없이 취소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중일 갈등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은 다케이치 총리에게 우호적이다.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문제가 있다”는 답변보다 두 배 많았다. 특히 보수층과 청년층에서 대중(對中) 강경론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일본의 군사동맹국인 미국의 반응은 다케이치 총리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따르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미국과 일본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공조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시진핑 주석과 통화한 후 다케이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대만 문제로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다음 날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일본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을 무시했다는 저팬 패싱(Japan Passing)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 일본보다 경쟁국 중국에 더 경도된 이유는 경제에 있다. 관세전쟁 이후 악화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타협이 필요하다. 중국과 갈등이 격화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관세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 대두 수입을 재개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농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정치적 고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중국을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17일 한국이 중국·러시아, 대만해협·남중국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중심축이라고 주장하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시사했다. 대만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오판했던 다케이치 총리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전략적 유연성에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미국이 자국의 사정에 따라 동맹국과 협의 없이 전략을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섣불리 나설 필요는 없다.

 

중국이 한한령을 부과했을 때 미국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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