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원작이 있는 경우 감독들은 실사화에 대한 부담을 토로한다. 내년 개봉을 앞둔 영화 ‘파반느’와 일본 실사영화로 천만 관객 기록을 달성하며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는 영화 ‘국보’의 원작 소설을 통해 영화와 소설이 주는 색다른 재미를 찾아본다.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박민규·위즈덤하우스)
영화 ‘파반느’가 새해 개봉 소식을 알렸다. 원작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오랜 팬들은 우울한 듯 따뜻하고, 무심한 듯 서정적인 소설의 분위기를 어떻게 묘사해낼지 촬영 당시부터 기대감을 드러냈다.
2009년 발간한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그간 보잘것없는 루저들의 삶을 무덤덤하면서도 재치있게 풀어냈던 작가의 첫 번째 로맨스 소설이라는 점에 더욱 주목받았다. 소설은 보통의 인간관계를 이어가기 힘들 정도로 못생긴 여성과 잘생기고 번듯하지만 부모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공유하고 있는 두 청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백화점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시작된 세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연애 서사를 넘어 부와 아름다움이라는 허울 좋은 기준에 편입하지 못한 절대다수의 자화상을 대변한다. 주류가 되기를 희망하나 바깥에서 존재를 지키기에도 버거운 청년들. 그들이 겪는 허무와 절망, 좌절을 담아냈다.
마돈나, 마이클 잭슨, 켄터키치킨집 등 1980년대 서울 변두리 청년들의 문화가 느껴지는 시대적 풍경 속에서 ‘못생긴’ 주인공 여성에게 오히려 진정한 사랑과 인간다움을 부여했다.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누군가와 비교하며 지쳐가는 세태는 소설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1980년대나 소설이 처음 발간된 2009년, 그리고 10여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소설은 소수의 화려함이 아닌 불완전한 우리가 가진 내면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한편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선보이는 출간 17주년 기념 양장 개정판에는 소설 속 ‘나’와 ‘그녀’, 요한의 17년 후의 이야기를 담아 독자들에게 한층 큰 감동을 전한다.
■ 국보(요시다 슈이치·하빌리스)
6월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국보’가 개봉 102일 만인 9월15일 기준 관객 수 1천만명을 넘으며 22년 만에 실사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영화의 원작인 소설 ‘국보’는 요시다 슈이치가 2017년부터 아사히신문에 연재한 작품으로 영화 ‘국보’를 연출한 재일교포3세 이상일 감독은 국보 이전에 ‘악인’(2011년), ‘분노’(2016년) 등 요시다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한 바 있다.
국보는 일본의 전통 연극 가부키 배우에 관한 이야기다. 야쿠자 집안에서 태어난 키쿠오가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잃고 가부키 명문가 집안에 양자로 편입된다. 가부키 집안의 아들인 슌스케와 제자 키쿠오는 함께 가부키를 배우며 친구이자 경쟁자가 된다.
가문의 계승을 중요시 여기는 가부키 문화에서 혈통을 이어받은 슌스케와 재능 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는 키쿠오의 반세기 넘는 삶을 통해 우정과 갈등, 존경과 질투, 연민과 애증의 관계를 그린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전통'의 가치는 무엇인지 묻는다. 변화와 전통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인지, 문화를 소비하는 대중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인생을 송두리째 걸어 마침내 ‘인간 국보’가 된 키쿠오의 모습을 통해 전통은 갖는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소설 국보는 영화 개봉 소식에 힘입어 10월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영화와 소설을 동시에 본 독자들은 두 매체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색다른 재미와 감동이 있다고 말한다.
일본 내에선 2019년 ‘예술선장문무과학대신상’, ‘중아공로문예상’을 동시에 수상했으며 출간 후 100만부 이상 판매되는 등 요시다 수작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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