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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 곡성, 옹성 길이는 어디를 잰 걸까?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성의 규모를 말할 때 길이보다 중요한 것은 측정 기준이다.
성의 규모를 말할 때 길이보다 중요한 것은 측정 기준이다.

 

화성은 “성 둘레의 통계(通計)가 4천600보, 네 군데 옹성의 둘레는 163보, 용도의 둘레는 367보”라고 기록했다. 4천600보는 원성과 곡성의 합이다. 용도와 옹성은 성과 별도로 분류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처럼 화성 규모는 성, 옹성, 용도로 나뉜다.

 

길이는 기록돼 있으나 측정 기준이 없어 혼란하다. 4천600보, 163보, 367보는 어디를 잰 것일까. 측정 기준에 따라 길이도 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성안에서 쟀을까. 성 밖일까. 여장 중심일까. 그리고 바닥 높이일까. 가슴높이일까. 눈높이일까. 성 위일까. 원성, 곡성, 옹성별로 그 기준을 찾아보자.

 

원성 구간 길이는 실입 편에 구간별로 기록했다.
원성 구간 길이는 실입 편에 구간별로 기록했다.

 

첫째, 원성 길이는 어디를 잰 것일까.

 

원성 길이는 의궤에 “문이나 초, 치, 포, 대, 돈 등이 차지하고 있는 땅이 635보4척이고 이 밖에 원성이 3천964보2척”이라 했다. 초치포대돈(譙雉舖臺墩) 635보4척은 곡성 길이다. 나머지 3천963보2척이 원성 길이다. 원성 길이는 어디에서 어디까지 잰 것일까. 어느 위치를 잰 것일까.

 

원성 길이는 권수 도설 편과 권5 실입 편에 나온다. 도설 편에는 총길이만 기록됐고,실입 편에는 구간별로 기록돼 있다. 이 구간 설명에서 원성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실입 편은 원성만을 4성 39구간으로 나눠 기록했다. 즉, 이 길이는 원성의 길이다.

 

1개 구간의 설명을 통해 원성의 실체를 알아보자. “화홍문의 서쪽에서 시작해 북동포루의 동쪽까지 길이가 124보3척”이라고 기록했다. 이 기록에는 원성 1개 구간의 길이가 보이고 그 구간의 시점과 종점이 표현돼 있다. 즉, 원성 길이 기준은 ‘어느 곡성이 끝나는 지점부터 다음 곡성이 시작되는 지점 사이의 거리’다.

 

측정 위치는 ‘성 밖에서 성이 만나는 지표면’이다. 성 노선이 정해지면 노선의 바깥쪽으로 똑같은 거리로 떨어져 말뚝을 일정 간격으로 성 노선과 같게 박아 놓는다. 이것이 기준틀이다. 기준틀은 공사 중에도 계속 유지하며 기준 노릇을 한다. 기준틀을 성안에 세우면 내탁 흙더미에 묻히고 성 노선과 일치해 세우면 성 돌에 묻혀 쓸모가 없다.

 

성은 성근, 성체, 미석, 여장으로 구성된다. 이 중 기초인 성근은 땅속이므로 측정할 수 없다. 그리고 성체도 홀형 성제인 관계로 측정 높이가 다르면 성 면이 울퉁불퉁해 기준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측정 기준은 성 밖 지표면, 즉 성과 만나는 그라운드레벨이다.

 

암문 곡성 길이는 벽돌로 쌓은 부분이 아니라 통로 너비다.
암문 곡성 길이는 벽돌로 쌓은 부분이 아니라 통로 너비다.

 

둘째, 곡성 길이는 어디서 어디까지일까.

 

의궤에 곡성 길이 635보4척에 해당하는 시설물 이름과 길이가 각각 기록돼 있다. 전체 60개 시설물 중 곡성에 해당하는 시설물은 37개다. 측정 기준은 원성과 다르다. 크게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문, 수문이고 다른 하나는 암문, 나머지는 문, 수문, 암문을 뺀 26곳 시설물이다.

 

첫 번째, 문 및 수문이다. 기본적으로 좌측 원성과 우측 원성 사이의 길이가 문의 길이다. 옹성 안에 들어와 문을 볼 때 옹성과 문의 육축이 만나는 좌우 지점 사이가 문 길이다. 수문은 수문 아래 수원천의 너비가 길이 기준이다. 수문 위에서 보면 교량의 길이가 수문 길이다.

 

두 번째, 암문은 성 밖에서 볼 때 통로 너비가 암문 길이다. 아주 주의해야 할 기준이다. 양쪽 원성 사이 벽돌로 쌓은 부분 전체를 암문 길이로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궤에 동암문은 1보2척, 북암문 1보, 서암문 1보1척, 서남암문 1보2척, 남암문 3보다. 1보는 1.18m, 1보1척은 1.3m, 1보2척은 1.41m다. 이 수치를 현재 암문 너비와 비교하면 쉽게 증명된다.

 

세 번째, 나머지 26곳 시설물이다. 이 유형은 돌출한 좌측면, 전면, 우측면 3면 길이의 합이 시설물 곡성 길이다. 포루(대포) 다섯 곳, 치 여덟 곳, 포루(군졸) 다섯 곳, 적대 네 곳, 동북노대, 남공심돈, 서북공심돈, 봉돈이 여기에 해당한다. 측정 위치는 원성과 같이 성 밖 지표면이다.

 

‘성 밖 지표면’ 기준은 앞서 말한 기준틀 설치 이유 외에 근거도 있다. 의궤에 “적대 외면의 하활 26척이고, 상수 21척이다. 좌우의 하활 각각 29척, 상수 각각 24척”이라고 기록했다. 아래 넓이를 ‘하활(下闊)’이라 하고 위의 줄어든 넓이를 ‘상수(上收)’라 한다. 아래 치수와 위 치수를 모두 기록했고 동시에 아래위 치수가 서로 다르므로 증명하기에 유용한 자료다.

 

의궤에 적대 규모는 22보1척으로 26m다. 이 26m와 일치하는 수치가 ‘아래 치수의 합’인지 ‘위 치수의 합’인지 비교하면 측정 위치를 알 수 있다. 아래 치수의 합이 26m이고 위 치수의 합은 21m가 나왔다. 따라서 아래 치수 합이 적대 길이다. 곡성의 측정 기준은 성 밖 지표면임을 재확인했다.

 

옹성은 안 둘레, 바깥 둘레 중 무엇이 기준일까.
옹성은 안 둘레, 바깥 둘레 중 무엇이 기준일까.

 

셋째, 옹성 길이는 안쪽일까. 바깥쪽일까. 합친 둘레일까.

 

옹성은 문의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문의 바깥쪽으로 낸 항아리 모양의 외성(外城)이다. 한양에는 동대문에만 있으나 화성에는 네 곳 문 모두에 설치했다. 옹성 규모는 “네 군데 옹성의 둘레는 163보”라고 했다. 이 옹성 둘레는 안 둘레일까. 바깥 둘레일까. 안팎을 합친 길이일까.

 

의궤 곡성 편에는 네 곳 전체 길이가 163보라 하고 옹성 설명 편에는 네 곳 각각의 안 둘레와 바깥 둘레 길이를 모두 기록했다. 두 자료에서 네 곳의 안 둘레 합과 바깥 둘레 합, 안팎 길이 합을 계산해 163보와 일치하는 것이 옹성 길이의 기준이다.

 

북옹성과 남옹성은 안 둘레 159척6촌, 바깥 둘레 209척이다. 동옹성은 안 둘레 57척, 바깥 둘레 91척이고 서옹성은 안 둘레 76척, 바깥 둘레 110척이다. 네 곳의 안 둘레를 합해 보니 452척4촌이고 바깥 둘레 합은 619척이다. 안팎 둘레는 1천71척4촌이다.

 

보로 환산하면 안 둘레 합은 119보이고 바깥 둘레는 163보다. 안팎 둘레는 282보다. 바깥 둘레 합이 ‘네 군데 옹성의 둘레 163보’와 일치한다. 따라서 옹성 길이 기준은 ‘옹성의 바깥 둘레’가 된다.

 

오늘은 화성에서 원성, 곡성, 옹성의 길이 기준을 살펴보며 의궤의 엄격함과 일관성을 엿봤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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