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찬 새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
‘골든타임(Golden Time)’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뜻한다. 이 시간을 놓치면 회복이 어렵거나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의료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이 말은 응급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얼마 전 아침, 테니스 레슨을 마친 뒤 갑작스러운 전신 무력감과 심한 가슴 압박이 찾아왔다. 9년 전 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았던 경험이 있어 증상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즉시 운동을 멈추고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다행히 골든타임 안에 도착해 긴급 시술을 받을 수 있었고 의료진의 도움으로 무사히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지금도 회복의 골든타임을 잘 지키기 위해 의료진의 조언을 따르며 몸과 생활을 관리하고 있다.
사람들은 골든타임을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시간’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삶에는 그와 반대로 속도를 늦춰야 지켜지는 골든타임, 곧 ‘기다림의 골든타임’도 존재한다. 며칠 전 TV 프로그램에서 90년대 음악계를 풍미했던 한 가수의 일화가 소개됐다. 그의 대표곡 중 하나였던 ‘내 인생은 나의 것’은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지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노래였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청소년기의 정서 발달에도 골든타임이 있다고 한다. 이 시기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때로는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말하는 청소년의 외침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자기 삶을 찾아가는 과정의 한 표현일 수 있다.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지나치게 억압하면 자녀와의 관계가 멀어지고, 다시 회복하기까지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해진다.
성경의 역사 속에도 기다리지 못해 더 큰 것을 잃어버린 이야기들도 있다.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이었던 사울은 블레셋과의 전쟁을 앞두고 불안과 압박 속에 있었다. 블레셋의 대군을 보며 병사들은 공포에 휩싸여 하나둘 흩어져 버렸고 약속한 시간이 됐는데도 제사를 집례해야 할 사무엘 선지자는 오지 않았다. 사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스스로 제사를 드렸다. 그의 결정은 당시에는 불가피한 행동처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그 일로 사울왕은 하나님께 버림받은 왕이 됐고 사무엘 선지자는 이새의 아들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새로운 왕을 세웠다.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지킬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누구보다 빠른 속도와 즉각적인 답을 요구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모든 것이 신속하게 돌아가다 보니 기다림을 하나의 능력으로 보는 시각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일은 서두를수록 틀어지고, 기다릴수록 더 선명해지는 법이다. 건강에서도, 관계에서도,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서도 기다림이라는 골든타임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 해의 문턱에 선 12월은 우리의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이다. 너무 빠르게만 달려오느라 놓친 것이 없는지, 기다려주지 못해 잃어버린 것은 없는지 돌아볼 수 있다면 지금 우리는 골든타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변곡점에 선 이 시간에, 서두름을 잠시 내려놓고 새해를 준비하기 바란다. 기다림을 잘 지킨 사람에게는 더 단단한 내일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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