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릴 수 있을까. 물론 주제나 경향 등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작가 정신만은 잃지 말아야 한다. 그 정신을 통해 작가가 살고 있는 시대를 직시하고 일관성도 유지해야 한다.
뜬금없이 작가 정신을 꺼낸 건 요즘 중국의 대표 소설가인 모옌(莫言)의 변신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그는 중국에서 루쉰(魯迅) 다음으로 존경을 받는 작가다. 현장을 중시하는 작가 정신의 대표적인 소설가였다. 2012년 중국 최초로 노벨 문학상도 받았다. ‘붉은 수수밭’이 수작이다.
작품으로 들어가 보자. “18세 처녀가 늙은 양조장 주인에게 팔려간다. 흔들거리는 가마문 틈으로 수수밭이 출렁거린다. 몇년이 흘러 일본군이 들이닥쳤다. 수수밭은 군사도로를 만들기 위해 파헤쳐진다. 분노한 주민들이 고량주에 불을 붙여 기관포를 앞세운 일본군과 싸운다. 수수밭은 온통 화염에 휩싸여 삽시간에 붉은 피로 물든다.”
배경은 1920~1940년 중국 산둥성의 농촌이다. 힘없이 스러지던 농민들을 통해 중일전쟁을 고발했다. 시대의 아픔을 오롯이 담았다.
모옌은 필명이다. 본명은 관모예(管謨業)다. 글로만 표현할 뿐 ‘입으로는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작가 정신의 또 다른 해석이다.
그는 문화혁명을 겪으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지내다 열여덟 살 되던 해부터 노동자로 일했다. 1976년 고향을 떠나 인민해방군에 입대해 복무하던 중 문학으로 눈을 돌렸다.
그랬던 작가가 대학교수가 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작가 정신의 요체인 현장을 떠났다는 이야기다. 중국 언론이 알렸다. 임명식에서 그가 언급한 워딩은 이랬다. “청년들과 소통하지 않는 사람은 더 빨리 늙는다.”
그의 변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의 새 직장인 중국런민대도 자유롭지 않다. 대륙 한복판인 옌안(延安)에서 공산당 간부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됐던 산베이공학(陝北公學)이 모태이기 때문이다.
모옌이 그토록 강조했던 작가 정신을 버렸다. 명백한 작가 자격 상실이다. 그의 변절 같은 변신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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