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1에서 2026년 5월 10일까지
한 생명의 탄생을 둘러싼 풍경은 저마다 다양하다. 전통사회의 의례와 관습부터 의학과 국가 제도 속에서 변화한 근대의 출산 문화까지 시대가 달라져도 가족과 공동체의 따뜻함과 신비한 기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내년 5월 10일까지 개최하는 출산 특별전 ‘출산, 모두의 잔치’에서는 출산으로 맺어지는 관계와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조명한다. 아이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100개의 옷감을 이어 만든 백일저고리, 아빠가 쓴 육아일기, 아이를 위해 1천명의 글자를 받아 만든 천인천자문(千人千字文) 등 328건의 전시자료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산실, 생명의 공간’, ‘임신, 계획과 선택’, ‘생일, 모두의 잔치’로 나눠 구성된다.
첫 번째 ‘산실, 생명의 공간’은 출산을 앞둔 임산부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공간 ‘산실(産室)’을 다룬다. 산실은 임산부는 출산의 고통을 견디고 위험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는 공간이다. 그곳이 짚을 깐 자리이거나 병원 위 침대일지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 공간을 거치게 된다.
전시는 전통부터 현대까지 산실을 둘러싼 다양한 도구와 인물에 집중한다. 한낱 낫과 가위에 불과한 연장일지라도 아기와 산모를 연결하던 태를 자르는 도구로 사용할 땐 아기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산모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순수한 무명천은 새 생명의 순수함과 일상으로부터의 분리를 상징하며 산실문에 걸어 부정과 잡귀의 출입을 막기도 했다.
과거에도 건강한 출산을 위해 다양한 의학 지식이 활용됐다. ‘동의보감’엔 ‘산모에게 필요한 약’ ‘아기를 잉태하는 방법’ 등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증상과 대처법을 실었으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를 사용해 산후 복통 등 치료법과 처방을 싣기도 했다.
서양 의학이 도입됨에 따라 출산의 모습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임신과 출산, 육아는 계획에 따른 선택의 대상이 됐고 출산 의료 전문화에 따른 인구 증가는 출산율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이유가 됐다. 그럼에도 출산의 기쁨,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1920년대 이후 근대 의학이 확산하며 산부인과 병원이 늘었다. 당시 사용하던 외귀형 청진기, 겸자, 임신부 골반 측정기 등을 통해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바뀐 출산 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 임신과 출산율을 관리하는 시기엔 ‘가족계획 포스터’ ‘가족계획 홍보물’ 등을 배포헸다. ‘알맞게 낳아 훌륭하게 기르자’(1962~1966)는 기조부터 ‘세살 터울로 세 자녀만 35세 이전에 낳자’(1967~1971),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1982~1990)까지 시대별로 달라지는 표어에 따라 ㅇ인구정책의 목표와 과정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길고 고된 과정을 거쳐 한 생명이 탄생한 날, 고생한 산모를 함께 축하하고 건강한 아이를 축복하는 날은 누군가의 생일이자 모두의 잔칫날이 된다.
건강한 아이, 그중에도 아들에 대한 염원은 ‘동국세시기’(1911)에도 잘 나타나있다. 월별 세시풍속을 정리한 이 책엔 충북 진천 지역 풍속 가운데 3월 삳짇날부터 4월 팔일까지 여인들이 무당을 데리고 동서 용왕당과 삼신당에서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비는 모습이 기록돼 있다.
그밖에 고대에서 현대까지 인류가 가장 신성한 것으로 여겨 온 ‘생명을 낳는 힘’과 관련한 상징물도 만날 수 있다. 기도, 제의, 예술 등의 형태로 전해지는 것들은 단지 자손의 번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지의 풍요와 공동체의 지속을 바라는 인간의 보편적 염원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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