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예산 권한까지... 광역의원 ‘손끝에’ 학생 미래 달렸다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⑧]

전국 교육청 예산 106조7천여억원, 출자·출연기관 합치면 금액 더↑
미래 세대에 직간접 투입되는데 심의 기준 ‘미지수’… 확인 어려워
공약 공개 등 최소한의 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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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이미지로 직접적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광역의원의 예산 심의권은 '광역 시·도 예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학생 급식비에서 교원 인건비, 학교 신설비까지 시·도 교육청의 예산도 광역의회가 최종 승인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광역의원 870여명이 내년도에만 247조원 규모의 시·도 예산 심의권을 쥐고 있는 (경기일보 11월21일자 1·3면) 가운데 ‘교육 자치’ 예산도 광역의원이 결정하는 구조여서, 이들의 역할과 성과가 더욱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0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25년도 당초예산 기준 전국 17개 교육청의 예산은 106조7천877억여원이다. 경기도교육청이 24조5천551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서울특별시교육청 12조2천647억원, 경상남도교육청 7조4천236억원, 부산광역시교육청 6조6천904억원 순이다.

 

하지만 이는 ‘교육청’만의 예산으로, 교육비특별회계로 설립한 ‘출자·출연기관’ 등의 예산까지 더하면 그 금액은 더 커진다. 이 예산 안에는 교육경비보조금·교부금·인건비·운영비 등이 포함된다. 학교 시설을 개선하거나 평생학습관을 운영하거나 청소년 진업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미래 세대에게 직·간접적으로 투입되는 전반적인 교육 비용을 뜻한다. 이러한 예산은 교육감이 편성하고 광역의원이 의회에서 최종 승인한다.

 

이는 지난 2010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2014년 지방선거부터 시·도교육위원회가 폐지됐고, 교육 관련 예산 심의 권한이 광역의회로 이양된 게 계기다. 이전까지 교육 예산을 다뤄왔던 시·도교육위원회는 교육청 내 각종 비리, 실적 미흡, 교육의 질 향상에 기여하지 못한 데 따라 사라지게 됐고 그 역할이 ‘광역의원’에게 넘어왔다.

 

문제는 대다수의 일반 광역의원들이 어떠한 판단에 의해 지방교육재정을 심의하는지 알 길이 없다는 부분이다.

 

이미 전국 870여명의 광역의원이 수백조원의 광역지자체 예산뿐 아니라 거액의 교육 예산까지 심의하고 있음에도, 의원 개개인이 어떤 교육 목표와 비전을 갖고 의회에 들어왔는지 공개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난항이다.

 

공약집에 교육 관련 내용이 부족하거나 아예 게시되지 않은 경우는커녕 ‘공약’부터 파악하기 힘들어 교육 재정 심의의 기준과 관점도 미지수다. 그만큼 현재의 지방교육재정 심의가 충분히 투명하고 타당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홍준현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장)는 “교육위원회를 없앤 것은 교육 문제를 일반 행정과 분리하기보다 함께 다루겠다는 선택”이라며 “하지만 상임위 배치에 아무 기준이 없다 보니 교육 재정을 제대로 따져볼 능력이 있는지 검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 관련 상임위에 들어가는 의원에게 일정 수준의 경력이나 기초 교육을 요구·공개하는 등 최소한의 자격 장치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역 교육 방향 좌우하는데… 광역의원 공약 ‘불투명’

광역의회의 예산 심의권은 지역 행정을 넘어 학생 교육 전반에도 뻗어 있다.

 

지자체장과 교육감이 편성하고 광역의원이 확정하는 재정 구조 속에서 관련 예산을 심의하는 의원들의 관심사와 전문성, 공약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역 교육의 방향을 좌우하는 ‘교육 자치’ 재정은 어떠한 판단에 의해 결정되고, 어떻게 검증 받나.

 

■ 광역의회가 쥔 ‘지방 교육 재정’ 결정권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방재정법 제59조에 근거해 전국 시·도교육청 및 지방자치단체 소관 교육 회계 등을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공시한다. 이때 공시되는 지방교육재정은 ▲교육청(a) ▲교육비특별회계로 설립한 출자·출연기관(b) ▲자치단체(c) ▲지방공공기관(d) 등 예산을 말한다.

 

경기지역으로 예를 들면 '경기도교육청'(a), '경기도교육연구원(b)', '경기도 본청의 교육 예산'(c), '경기도가 통제하는 공기업·공단의 교육 예산'(d) 등을 경기교육재정으로 볼 수 있다.

 

이 중 교육청과 교특회계로 설립한 출자·출연기관까지의 예산은 교육감이 편성한다. 이 외 나머지는 지자체장이 편성한다. 모두 최종 승인권은 광역의회에 있다. 2010년 전만 해도 광역의회에는 이러한 권한이 없었는데 법이 바뀌면서 광역의원의 힘이 세진 것이다.

 

앞서 1991년 지방교육자치제도가 도입되면서 전국엔 시·도 교육위원회가 설치됐다. 교육위원회는 교육청의 예산안과 조례안을 심의·의결하고 교육감의 행정사무를 감사하는 권한이 있었지만 ‘인사 비리’나 ‘자체 실적 미흡’, ‘불성실한 활동 태도’, ‘교육의 질 향상에 기여하지 못함’ 등 이유로 비판이 지속됐다.

 

이후 2010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지방교육자치법)’이 개정됨에 따라 교육위원회는 폐지됐고, 관련 권한이 시·도 의회로 넘어갔다. 교육감 선거도 2010년부터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기 시작한 만큼, 실질적으로는 지역 교육계가 안정된 2014년부터 광역의회의 예산 심의권이 가동됐다고 이해하면 된다. 그렇게 지금까지 10여년간 지역 교육의 예산이 광역의원의 손에 달려왔다.

 

■ 교육위원 1인당 6천억 이상의 교육예산 심의

 

특히 직접적으로 '교육 자치'에 쓰이는 교육재정은 교육청(a) 및 특회계로 설립한 출자·출연기관(b) 예산이라고 보고,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의 지방교육재정 10년치(a+b)를 별도 분석해봤다.

 

그 결과 전국 당초예산 기준 2016년 59조8천818억여원이었던 예산은 올해 106조8천2억여원까지 늘었다.

 

구체적으로 최근 10년 동안의 권역별 교육재정을 살펴보면, ▲경기(189조)·인천(43조) 등 238조2천935억여원 ▲대구(41조)·경북(57조) 등 99조384억여원 ▲대전(26조)·충남(44조)·세종(10조) 등 81조3천810억여원 ▲광주(26조)·전남(45조) 등 72조173억여원 등의 예산이 배정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에 한정할 경우 올해 당초예산 기준 교육재정은 24조5천610억여원이다. 이 예산은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14명) 및 교육행정위원회(14명) 소속 의원들의 1차 심의를 거친 뒤 예산결산특별위원회(16명)의 추가 심의를 받아 확정된다. 예결위엔 교육기획위 및 교육행정위 소속 의원도 각 3명씩 포함돼 있어 이들을 제외하고 총 38명이 심의한다고 고려하더라도, 도의원 한 명당 6천463억원의 예산을 임기 중 심의했다는 의미가 된다.

 

인천(5조6천21억원)은 인천광역시의회 교육위원회 8명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13명(교육위 중복인원 3명 포함)의 심의를 받아 시의원 한 명당 3천112억원의 교육재정을 다뤘다.

 

결국 올해 경기·인천 교육재정 30조1천631억원이 56명의 경기·인천 교육위원 심의(1인 기준 5천386억원 규모)를 받았다. 단순한 산술치지만 광역의회가 지역 교육재정의 규모와 방향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 왜 의원들의 ‘공약’이 중요한가

 

광역의원이 어떤 기준과 판단으로 교육 예산을 들여다보는지는 결국 이들의 공약과 전문성에서 드러난다. 교육청 예산은 급식·돌봄·교원 인건비·학교 신설비처럼 생활밀착형 사업부터 미래 교육정책까지 폭넓은 분야를 아우른다. 그만큼 ‘어떤 교육’을 지향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도, 예산의 우선순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공약이 최소한의 기본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는 광역의회 교육 관련 상임위원회에 유사한 경력이나 공약 없이 배치된 의원이 적지 않다. 지역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광역의회가 교육 예산을 심의하는 구조가 강화됐지만, 정작 ‘심의하는 사람’이 어떤 교육관을 갖고 있는지는 유권자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시·도 교육위원회에서 하던 교육 예산 심의 권한을 광역의회가 넘겨 받은 이유는 교육청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예산과 정책을 한 번 더 걸러내는 ‘견제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다. 특히 교육정책은 단순히 한 해 예산 집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 과정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육 상임위에도 각별히 높은 수준의 이해와 전문성이 요구된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교육 상임위를 둔 건 교육청 예산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게 아니라 필요하면 줄이고 방향을 바꾸라는 의미”라며 “상임위가 집행부와 예산 협의 단계부터 기준을 세우고, 과도하게 정치적인 지출은 제동을 걸 수 있어야 견제 기능이 산다”고 말했다. 그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위원들의 전문성이나 교육에 관한 깊이 있는 관점이나 철학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 또한 주민들에게도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류홍채 정치법학 박사(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서 다음 세대가 사회에 편입되는 방식을 결정하는 영역이라 정치·사회·경제를 함께 보는 눈이 필요하다”며 “상임위가 이런 복합성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와 학부모, 교사가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두고 함께 논의하는 구조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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