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천에 목숨 거나…‘경기판’ 현실 진단 [막오른 공천 전쟁 ②]

도지사선거 거대 정당 공천=당선
현안 해결 아닌 공천권자 친분 우선
여론조사 ‘1위 후보’ 기회 박탈도
새로운 평가 기준 ‘재설계’ 시급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일러스트. 경기일보 뉴스AI 이미지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일러스트. 경기일보 뉴스AI 이미지

 

지방선거에서 공천은 단순 후보 추천이 아니라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로 작동하면서 예비후보자들은 지역주민을 위한 ‘공약 경쟁’이 아닌 공천권을 쥔 이들을 위한 ‘줄서기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공천이 줄서기나 친분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닌, 지역주민의 삶과 직결된 인물을 뽑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1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지사선거에서 공천은 곧 당선으로 이어져 왔다. 김문수, 남경필, 이재명, 김동연 등 역대 경기도지사들이 거대 정당의 공천을 발판 삼아 도정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이 같은 구조는 자연스럽게 공천 경쟁을 과열시켰다. 공천에서 밀리면 선거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계산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과 비전 경쟁보다 공천권을 쥔 세력을 향한 ‘줄서기’와 ‘보여주기식 활동’이 우선순위가 되기도 한다.

 

경기도 지방선거는 공천 잡음이 반복된 현장이기도 하다. 제1회 경기도지사선거 당시 민주당은 후보 공천을 놓고 당내 입지가 굳건했던 김대중 아태재단 이사장과 이기택 민주당 총재의 의견 충돌로 경선 과정에서 파행을 겪었다. 김 이사장은 당시 이종찬 후보를, 이 총재는 장경우 후보를 도지사 후보로 공천하길 원하면서다. 두 주력 인사의 충돌은 민주당 지지층 분열을 불러왔고 국민의힘 전신인 민주자유당 이인제 전 지사가 반사이익을 얻어 민선 1기 도지사가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제8회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공천심사에서 컷오프된 박승원 광명시장은 “지역도 잘 모르는 인사에게 단수공천을 준 불공정한 결정”이라며 공개 반발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당시 민주당은 다른 후보를 단수공천했다가 박 시장의 재심이 인용되면서 광명시장 후보로 박 시장을 공천하는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공천에서 배제된 김광철 전 연천군수 역시 “여론조사 1위 현직 군수에게 경선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은 공천학살”이라고 비판하며 국민의힘에서 탈당했다. 김 전 군수는 이후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처럼 공천이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하는 건 공천 과정에서 출마를 희망하는 이들조차 어떻게 평가가 이뤄졌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관된 기준에 따른 공천이 아닌 권력을 쥔 누군가와 얼마나 더 가까운지가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인해 결국 후보자들도 주민이 아닌 공천권자를 위한 정치 활동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지방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되지만 한번도 제대로 개선되지 않은 문제가 바로 지자체 공천 구조”라며 “지방선거는 지역주민의 삶과 직결된 인물을 뽑는 과정이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공천권자에게 줄을 서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분권과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공천만큼은 ‘누가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가’, ‘주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는가’ 등의 새로운 기준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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