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슈링크플레이션과 중량표시제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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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서 늘 쓰던 물건을 골랐다. 그런데 이상했다. 값은 그대로인데 무게가 줄어서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이 10년 전 유명 음료수가 캔 크기를 줄여 가격을 인상한 것을 두고 명명했다. 수축을 뜻하는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크기나 양이 줄거나 품질이 재구성되거나 낮아지는 반면 가격은 같거나 인상되는 과정을 가리킨다.

 

이 같은 수법을 통해 기업은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절감해 영업이익률과 수익성 등을 높일 수 있다. 인플레이션에 맞춰 값을 올리는 대신 종종 사용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물가당국이 슈링크플레이션를 견제하기 위해 중량표시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가공식품 단위 가격 인상은 충분히 알려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해당 제품을 만들지 못하게 제재를 강화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이를 토대로 예상 매뉴얼을 예상해보자. 치킨 메뉴판의 경우 가격과 조리 전 총중량을 명시해야 한다. 한 마리 단위로 조리하는 경우 등을 고려해 10호(951~1천50g)처럼 호 단위로도 표시할 수도 있다. 인터넷으로 포장 주문을 받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침체된 소비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경제학자는 소비자들이 물건 구매에 주저하는 현상이 경제 악화를 불러온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만큼 기업들도 정직한 판매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맹점은 있다.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가격 인상을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가공식품의 경우 중량과 성분을 함께 변경해 새로운 제품을 표방할 때 단위 가격 인상이라고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치킨점 등이 영세한 소상공인이라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이 풍진 세상을 살다 보면 당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유행가 가사를 인용해 표현할 정도로 말이다. 이 같은 섬세한 부분도 헤아려야 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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