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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면서] 올해도 고생한 몸에게 인사하기

김명옥 인하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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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면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올해의 결과’와 ‘내년의 계획’으로 향한다.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도 비슷하다. 올해 무엇을 이뤘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새해엔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하지만 정작 우리를 가장 성실하게 지탱해 온 존재, 바로 ‘몸’에게는 잘 묻지 않는다. 올 한 해 내 몸은 어떤 신호를 보냈고 나는 그 신호에 얼마나 귀 기울였는지 말이다.

 

12월은 유독 몸의 피로가 크게 느껴지는 시기다. 큰일이 없어도 어깨가 무겁고 이유 없이 허리가 뻣뻣해지는 것 같고 온몸이 쉽게 지친다. 날씨가 추워지면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줄고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몸이 쉽게 굳는다. 여기에 연말 특유의 촘촘한 송년회 일정과 정신적인 긴장까지 더해지면 그동안 무심히 넘겼던 작은 불편들이 하나둘 또렷하게 드러난다. 마치 ‘올해 참 많이 참고 버텼다’라는 사실을 몸이 조용히 알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몸은 신기하게도 특정 신호를 통해 내 몸의 문제를 끊임없이 알려준다. 예를 들어 통증은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이고 열나는 것 역시 염증이나 감염을 알려주는 신호다. 피로를 느끼는 것도 몸에서 보내는 신호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는 점이다. “연말이라 바빠서 그래.”,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그 경고를 뒤로 미루곤 한다.

 

하지만 몸이 보내는 신호는 대개 한 번만 울리고 끝나는 법이 없다. 잠깐의 뻐근함은 생활습관을 조정하라는 메시지이고 반복되는 통증은 과사용을 줄이라는 경고이며 어딘가 불편함이 계속된다면 ‘이제는 정말 돌봐 달라’는 간절한 부탁일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의 몸에게 이렇게 많은 요구를 하면서도 그 요구를 들어주는 일에는 인색했다는 사실을 연말이 돼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12월은 단순히 한 해가 끝나는 달이 아니라 우리의 몸과 마음이 쉴 자리를 찾아야 하는 시기다. 회의와 약속으로 채워진 일정, 성과를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 가족 행사가 이어지는 바쁜 흐름 속에서 몸은 더 빠르게 지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지친 몸을 돌아보지 않은 채 새해 계획만 세우는 일이 얼마나 무리한 행위인지 깨닫게 된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스스로에게 던져볼 작은 질문이 있다. “나는 올 한 해 나의 몸에게 무엇을 요구했고 무엇을 챙겨줬는가.”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본다면 우리의 연말은 더욱 온전한 마무리가 될 것이다. 잠시 몸을 쭉 펴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짧은 산책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몸은 변화된 신호를 보낸다. 무리했던 어깨는 부드러워지고 굳었던 허리는 따뜻함을 되찾으며 마음도 함께 편안해진다. 거창한 변화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그동안 외면해 왔던 내 몸의 균형을 다시 세워주는 일이다.

 

올해도 고생한 몸에게 수고 많았다고, 이제 잠시라도 쉬자고 인사를 건네보자. 그리고 내년에는 좀 더 내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약속을 해보자. 그 약속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더 단단하고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바쁘게 지나가는 이 12월에도 나를 가장 많이 지켜준 존재는 결국 나의 몸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나는 바쁘다고 한없이 미뤄뒀던 건강검진 예약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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