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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과 용서’는 딱 한 끗 차이...경기도극단 트로트뮤지컬 ‘명랑가족’ [공연리뷰]

경기도극단의 2025년 창작 신작 뮤지컬인 ‘명랑가족’이 12일부터 14일까지 열렸다. 경기아트센터제공
경기도극단의 2025년 창작 신작 뮤지컬인 ‘명랑가족’이 12일부터 14일까지 열렸다. 경기아트센터제공

 

얼마 전 지인의 부음을 받고 화성에 있는 장례식장에 조문을 다녀왔다. 늦은 시간인지 한적한 빈소를 고인의 자녀 남매와 손자들이 지키고 있었다. 정갈하게 차려입은 상복과 슬픔이 가득한 얼굴에서 고인에 대한 애틋함이 느껴졌다.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의 얼굴과는 대비되었다. 고인과 가족에 대한 깊은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표면상으로는 평범한 가족의 상갓집 분위기이었다.

 

경기도극단의 트로트 뮤지컬 ‘명랑가족’을 보고는 여러 생각이 떠 올랐다. 가끔 언론에서 돈 많은 기업 회장이 죽으면 후손들이 재산 가지고 소송전을 벌인다든가, 또 지인들 말이 누구네도 부모가 죽고 자식들이 유산 싸움으로 서로 원수가 되어 의절했다는 등. 정말 ‘가족’이란 서로가 한없이 아껴주는 식구이기도 하지만, 한번 틀어지면 돌이키기 힘든 남보다 못한 엉망진창인 존재가 되기도 한다.

 

경기도극단의 2025년 창작 신작 뮤지컬인 ‘명랑가족’이 12일부터 14일까지 열렸다. 경기아트센터제공
경기도극단의 2025년 창작 신작 뮤지컬인 ‘명랑가족’이 12일부터 14일까지 열렸다. 경기아트센터제공

 

‘명랑가족’은 좀 파격적인 첫 장면으로 시작된다. 국민가수이자 유명 개그맨이었던 심해룡이 죽는다. 유언에 따라 빈소를 자신이 처음 데뷔한 나이트클럽에 차리고 고인의 분신과도 같은 밀납인형을 장례식장에 설치한다. 유언장의 내용은 이뿐 아니다. 장례식장을 슬픔이 아닌 행복과 평화가 가득하게 준비할 것. 네 자녀가 고인의 불후에 명곡인 ‘명랑가족’을 문상객들이 열광하도록 춤과 함께 부르고, 심사에 통과해야 유산을 받을 수 있다는 다소 ‘골때리는’ 내용이다. 그런데 문제는 네 자녀에 있었다. 어떤 속사정이 얽히고설켜 10여 년을 미움과 원망으로 지내왔다. 장례식장에서 만나지만 갈등과 불신은 지속된다. 네 자녀가 함께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유언을 알게 된 자녀들은 100억원의 재산 때문에 다투면서 그간 몰랐던 아버지, 어머니 등 가족들의 사실을 하나씩 알아간다.

 

그 과정에 노래와 춤이 있고, 슬픔과 기쁨이 있다. 갈등과 후회로 얽힌 실타래를 용서와 화해로 이끌어 갔다. 관객들은 연출가의 놓은 유언장의 덫에 걸려 배우들과 함께 무대 속으로 빠져들고 빠져나오지 못했다. 간결하고 잘 읽히는 무대, 개성에 맞는 배우들의 기막힌 연기력. 트로트, 랩, 탱고를 넘나드는 춤과 노래는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관객들과 소통하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유언장의 내용과 ‘명랑봉’도 참신한 이벤트였다. 원수가 된 이복남매를 화해시키기 위한 가족과 지인들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관객들이 울고 웃게 했다. 복잡한 가족관계에서 화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역동적으로 이끌어가는 연출력이 돋보였다. 이야기는 고인의 첫 번째 부인이 등장하면서 반전과 함께 화해의 물꼬를 튼다. 지나고 보면 가족뿐 아니라 사람 사이에 원망과 용서, 갈등과 화해 사이는 딱 한 끗 차이다. 종이 한 장 차이도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그 작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원수가 되고 의절한다.

 

경기도극단의 2025년 창작 신작 뮤지컬인 ‘명랑가족’이 12일부터 14일까지 열렸다. 경기아트센터제공
경기도극단의 2025년 창작 신작 뮤지컬인 ‘명랑가족’이 12일부터 14일까지 열렸다. 경기아트센터제공

 

‘태풍이 와도 끄떡 없어…미울 때도 있지 짜증날 때도 있어…그럼에도 우린 하나야 명랑가족…’ 배우가 말한다. 모두 ‘명랑가족’ 가사 같은 가족을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사람이 사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있을까? 가족이라는 어쩌면 작은 공동체에도 무수히 많은 사연이 있을 것이다. 기쁨과 행복도 있지만 갈등과 원망도 있을 것이다. 또 갈등과 원망을 평생 풀지 못하고 무덤까지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여우가 죽으면 고향 쪽으로 머리를 둔다.(首丘初心)’라는 말이 있다. 하물며 감성의 동물 인간일 진데, 힘들고 외로운 때 ‘가족’을 먼저 떠올리며 눈물짓는 것은 우리의 숙명일 것이다. 모두가 노래한다.

 

‘내 품에 안겨라 내가 항상 여기 있으니 명랑가족, 두 손을 마주잡아봐 명랑가족 끝까지 함께 할 거야’

 

글=김현광 작가·전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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