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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치 퇴보 부추긴 ‘철새 공천’ [막오른 공천 전쟁 ④]

경쟁력 뒷전 ‘당선 가능’ 지역 이동
생활권 지식·주민 네트워크 부족
60일 거주 시 해당 선거구 출마
지역 전문성·책임감 필수 요소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일러스트. 경기일보 뉴스AI 이미지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일러스트. 경기일보 뉴스AI 이미지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은 주민을 대표한다. 학교 문제부터 교통, 주거, 상권, 생활민원까지 일상의 정치를 책임지는 자리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특정 지역의 정당 우세성, 공천 순번에 따라 후보가 지역을 옮기는 일이 반복되면서 지방정치의 기본 전제인 ‘지역 대표성’이 흔들리고 있다. 지역에 뿌리내리지 않은 정치, ‘지역 없는 대표’가 만들어낸 균열이다.

 

25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표면적으로 지역 이동은 후보 개인의 전략적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의 핵심은 개인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공천이 사실상 당락을 좌우하는 선거 환경 속에서 후보들은 지역보다 정당을 먼저 바라볼 수밖에 없고 정당 역시 경쟁력보다 ‘당선 가능성’ 위주로 공천을 설계한다. 이동하는 정치인도 문제지만 이동을 부추기는 공천 시스템 자체가 왜곡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지방의원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는다는 점이다. 지역 연고가 약한 후보는 생활권 문제에 대한 이해와 주민 네트워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주민을 대표하기보다 공천을 준 당, 중앙정치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정당 대리인’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방의회가 지역 문제 해결의 장이 아니라 중앙정치의 연장선으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현행 제도 역시 이런 현상을 막기엔 허술하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단체장·도의원·시의원 후보는 선거일 기준 60일 이상 해당 시·군에 거주하면 출마할 수 있다. 선거구별 거주 요건은 아예 없다. 60일만 거주하면 어느 지역, 어느 선거구든 출마가 가능한 구조다. 지역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 주민과 선거 직전에 옮겨온 후보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역사와 생활권, 주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최소한 지역사회 기반의 활동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지영 한국지방정치연구소장은 “특정 지역을 정치적 발판으로 삼아 주소지만 옮겨 출마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방정치는 지역의 일꾼을 뽑는 과정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공약을 만들고 문제 해결에 책임지는 정치가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공천을 위한, 당선을 위한 이동이 반복되면 지역 대표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해당 지역에 연고가 없다면 최소한 지역의 혁신 과제를 분명히 제시하고 전문성과 비전을 갖춰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역에 대한 책임성”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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