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식통

‘변동불거’의 시대...2025년 우리가 지켜낸 소중한 일상들

혼란스러웠던 한해 마무리 ‘버팀·유지’에 방점
전문가 “사회 구조 변화 개인에게 영향…현재 삶 지켜내는 것 의미 있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 김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씨(65)는 “정말 힘든 한 해를 보낸 것 같다”는 말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령 이후 올 초까지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며 매출이 급감했고, 물가·임대료 상승까지 겹쳐 이중·삼중고를 겪었다. 그는 “폐업을 고민한 적도 많았지만, 다행히 가게 문을 닫지 않고 유지한 것, 잘 버틴 것이 올해의 가장 큰 성과”라고 회고했다.

 

#.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해 한 차례 칼바람이 불었던 고양시의 한 중소기업에 재직중인 유씨(42)는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떠나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며 "올해는 무언가를 더 이루지 못했더라도, 밀려나지 않았다는 점에 스스로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 사회 초년생인 수원 거주 서씨(25)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계약 연장 등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주변 친구들이 정말 많다고 했다. 서씨는 “불안했던 취업 준비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 회사에 있고 내 자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고물가, 경기침체, 고용 불안이 이어지자 일상을 유지하고 버텨낸 것에 의미를 두며 한해를 마무리하는 도민들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승진이나 소득 증가, 목표 달성 여부가 한 해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으로 작용했지만 최근에는 개인의 한 해에 대한 평가 기준이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연령과 직업은 다르지만,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성취나 도약보다 현재의 삶을 유지하는 데 의미를 두는 평가 방식이다. ‘유지’, ‘버팀’, ‘지속’이 한 해를 돌아보는 기준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31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인식은 사회 전반의 불확실성과도 맞물려 있다.

 

2025년은 대한민국 역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겪은 해로, 여야 간 정치적 대립과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국내외 경제 불안도 지속되면서 개인의 일상과 미래 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했다.

 

이를 반영하듯 2025년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변동불거(變動不居)’가 꼽혔다.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뜻으로, 급격한 변화 속에 놓인 사회 현실을 상징한다.

 

통계에서도 개인 인식의 변화가 확인된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24일 발표한 ‘2025년 한 해 평가’ 조사에 따르면, 올 한 해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한다(6~10점)’는 응답은 48%로, ‘전반적으로 불만족한다(0~4점)’는 응답(26%)보다 많았다. ‘보통(5점)’은 26%였으며, 만족도 평균은 10점 만점에 5.5점으로 집계됐다.

또, 올 한 해 달성한 개인적인 성과를 묻는 질문에서는 건강 유지·회복을 꼽은 응답이 32%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족과의 관계 유지·개선(26%), 개인 시간 확대(25%) 순으로 나타났고, 특별히 달성한 성과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21%로 조사됐다.

 

이는 높은 성취에서 비롯된 만족이라기보다, 생계와 고용,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진 상황 속에서도 일상을 유지했다는 점이 평가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전문가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일상을 잘 유지해왔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외부 환경을 차분히 이해하고 대응하는 태도가 보다 현실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변화의 방향을 이해하고 있다면 무리하게 앞서 나가지 않더라도 현재의 삶을 지켜내는 선택 역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면서 “사회 구조의 변화는 개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삶까지 함께 요동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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