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희망의 온기
눈 위에 남은 붉은 온기처럼
작지만 선명한 희망은
가장 추운 시간에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냅니다.
쉽게 사라질 것처럼 보이지만
그 색은 오래 버틴 시간의 증거이고,
겨울을 건너온 마음의 흔적입니다.
당신의 새해에도
이런 온기 하나쯤은
말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오래 머물기를 바랍니다.
차분하고 단단한 한 해 되세요.
#2. 겨울지도
하늘을 떠돌던 성운 하나가
빛을 접고
땅 아래로 내려앉았다.
겨울,
설핏 사라진 하늘을 얼음 위에 펼쳐
고요한 지도를 남긴다.
잎맥처럼 번진 심줄...
움직임이 멈춘 자리에서
시간의 결들이 직조된다.
#4. 한 해의 문
거북은 문을 지키며
빗장이 된다.
서두르지 않음으로 문을 잠그고
속도를 늦춰 무게를 남긴 채
열림과 닫힘 사이에 머문다.
열고 닫음은 선택.
육중한 대문 앞에서 거북은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상서로움과 해학은
잠금의 무게를 가볍게 덜어낸다.
거북이 오래 사는 이유는
세상을 빨리 통과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버티되 다투지 않고,
지키되 경직되지 않는 태도.
장수무병이란 어쩌면
몸보다 먼저 마음의 문을
너무 세게 닫지 않는 기술.
1월, 한 해의 문 앞에서
열 것과 닫을 것을
조용히 묻는다.
#5. 따스한 품
계절과 무관하게
나무는 조우한다.
존재란 서로를 밀어내지 않는 기술이며,
다가감의 연습이다.
나무는 먼저 손을 내민다.
망설이지 않고,
아낌없이 폭삭 안긴다.
눈 위에 남은 것은
나무의 몸이 아니라
태도였다.
그래서 문득,
겨울 앞에서
이쯤의 철학은 접어두고
뜨끈한 아랫묵에
나부터 안기고 싶다.
#6. 지워지는 것의 작은 외침
흰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 안에서 더 아름다운 것은
끝내 사라지지 않는 미세한 존재들이다.
그것들은 소리 없이 말한다.
사라짐 속에서도,
눈이 모든 것을 덮어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 흔적들.
사라짐과 침묵 사이,
“나는 아직 여기 있다”라고
가장 작은 존재로 호흡하는 기호.
홍채원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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