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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더하기] 구조적 차별 넘어 ‘생존·존엄’

원선욱 수원여성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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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이름을 변경했을 때 반가웠다. 성평등부보다는 미흡하지만 그래도 새 정부 들어 조금씩 제 길을 찾아가나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성평등정책 전반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주무 부서인 성평등정책과가 밀려나고 그 자리를 남성 역차별을 조사 및 분석하기 위해 신설된 성형평성기획과가 대통령실의 의지로 주무 부서를 꿰찼다. 역차별은 사전적 의미로 ‘부당한 차별을 받는 쪽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나 장치가 너무 강해 오히려 반대편이 차별을 받음’이다. 여성들이 차별과 안전에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대통령만 모르고 있나. 성차별은 임금이나 승진 같은 지표를 넘어 이제 여성의 생존과 존엄에 대한 근본적인 위기로 치닫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아직도 제정되지 않았다.

 

한국의 심각한 구조적 차별은 잘 알려져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2025년 세계 성격차 보고서에 나타난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29.3%, 회원국 평균 11.3%의 두 배가 넘는 압도적 1위다. 영국의 유리천장지수에서도 12년 연속으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여성을 동등한 경제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차별함으로써 가부장제를 유지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방증한다.

 

더욱 참혹한 것은 여성들이 마주하는 안전의 격차다. “남자는 여자가 무시할까 봐, 여자는 남자가 죽일까 봐 두려워한다”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말은 현재의 젠더 위계를 적확히 포착한다. 한국의 여성들은 남자의 기분을 망쳤다는 이유로 삶의 기본과 생명까지 위협받는다. 대검찰청 강력범죄 통계를 보면 흉악범죄 피해자의 85~90%가 여성이다. 지난해 한국여성의전화 상담 통계는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이 최소 138명으로 1.3일에 한 명꼴로 여성들이 죽음의 문턱에 서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급증한 딥페이크 성범죄 또한 여성을 성적 도구로 소비하려는 여성 혐오적 인식이 기술 발전과 결합해 폭발한 결과다. 여성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졸업 앨범에서 얼굴을 지우는 등 일상 속에서 불안함을 전제로 살아가며 자신의 의견조차 당당하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비참한 현실 앞에서 성평등가족부가 남성 역차별 운운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여성도 군대 가라’는 정치권의 젠더 위계 물타기 대신 병역을 1년 반의 억울함과 징벌처럼 생각하게 만든 군대의 비민주적 형태부터 바로잡기 바란다. 단순히 역차별로 치환한다고 해서 남성의 상대적 박탈감이 해결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스위스의 ‘여성 징병’ 국민투표에서 여성에게는 이미 돌봄과 가사 노동이라는 무급 노동이 있기에 추가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가 84.15%나 나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차별과 여성 혐오의 해소는 특정 성별만을 위한 시혜가 아니다. 공동체의 절반이 공포와 차별 속에서 산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너무나 암담하다. 디지털 성범죄와 혐오 표현에 강력히 대처하고 성평등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여성이 안전하게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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