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식통

‘무명의병 기억’ 전국 확산 모색… ‘道 조례’ 제정 2주년 좌담회

경기일보 주최… 성과·과제 살펴
지방정부, 역사 정의의 실현 주체로
법적 정의·사업 추진 등 근거 마련
자료 복원… 13만여명 참전 밝혀
‘무명씨들의 축제’ 등 대중화 기여
총서 발간·연구자 양성 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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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2주년 기념 좌담회가 8일 경기일보 본사 소회의실에서 ‘경기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 향후 방향과 과제는’을 주제로 개최됐다. 황대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강진갑 무명의병포럼 대표, 최종식 무명의병포럼 공동대(경기일보 기획이사)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기웅기자

 

한말 일제에 치열하게 맞섰으나 기록을 남기지 못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무명의병을 발굴하고, 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기억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역사적·대중 확산을 위한 방안이 모색됐다.

 

경기일보는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2주년을 맞아 경기일보 소회의실에서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 향후 방향과 과제’ 좌담회를 열고 전문가들과 2년간의 성과 및 보완책을 토론하고 무명의병 기억과 기념의 방향을 논의했다.

 

한말 의병운동은 대표적 항일투쟁이었다. 그 주역 가운데 대다수는 ‘무명의 의병’이었다. 이름을 남기지 못한 이들은 독립운동사의 중심에 있었으나 오랫동안 기억과 기념의 대상에서 배제됐다. 2024년 1월10일 제정된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 및 지원에 관한 조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무명의병을 공공의 기억으로 복원하고 경기도 차원의 체계적 기억·기념 기반을 마련했다.

 

조례 제정 이후 무명의병과 관련된 학술조사와 사업이 시작됐고 지난해 8월엔 우원식 국회의장 주최로 ‘독립기업광장’ 제막식에 무명의병포럼 관계자 등이 초청됐다. 이어 12월엔 무명의병 학술세미나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등 무명의병의 가치를 전국으로 확산하는 발을 내디뎠다.

 

이런 가운데 ‘잊혀진 영웅’들의 가치를 오늘날 시민 사회 속으로 더욱 확산하려면 미래 세대 교육, 문화예술 콘텐츠 등 다양한 경로로 대중에게 확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진갑 무명의병포럼 대표는 “경기도의 조례는 전국 최초로 이름 없이 싸우다 스러진 의병을 공공으로, 제도적으로 기억하겠다고 선언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호동 광복회 경기도지부장은 “무명의병의 가장 큰 덕목은 자발성과 공동체를 위한 자기 희생으로 시민이 주인인 오늘날 민주사회에서 반드시 되살려야할 가치가 있다”며 “학술적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무명의병의 이야기가 많은 이에게 공유될 수 있는 대중문화적 콘텐츠 발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대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무명의병 사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안정적인 예산과 제도적 기반이 필수”라며 “경기도의 역사·시민 교육 정책 속에 무명의병 기억을 구조적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31개 시·군의 협력체계와 함께 청소년 세대를 향한 교육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명의병 기억·지원’ 방향과 과제는

“무명의병 공적 기억 복원… 사회적 자산으로 확장해야”

무명의병 기억 운동은 경기도의회가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 및 지원에 관한 조례’(황대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대표 발의)를 제정하면서 전국 최초로 무명의병의 개념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발굴·기념·교육 사업을 지원할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조례 제정 2주년을 맞아 경기일보는 그 역사적 의의와 과제를 살펴봤다. 좌담회에는 조례 제정에 의미있는 역할을 하거나 관련 전문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초청돼 제언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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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 제정과 경기도 차원의 제도화가 갖는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황대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경기도의회가 무명의병 개념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발굴·기념·교육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은 지방정부가 역사 정의의 실현 주체로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경기도가 의병전쟁의 최대 전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민 인식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던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됐다. 특정 영웅 중심의 서술을 넘어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다수의 희생을 민주적 기억으로 복원하는 전환점이었다고 본다.

 

강진갑 무명의병포럼 대표·전 경기대 교수=무명의병을 기억하는 일은 국가와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할 공적 과제인데, 경기도가 이를 제도적으로 처음 끌어안았다는 점에서 조례의 상징성이 크다. 특히 2022년 경기도의 학술·시민운동에서 기념운동이 처음 시작됐다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사례라 볼 수 있다. 이는 잊힌 희생을 공적 기억으로 복원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이자, 지방정부가 역사적 책임을 자임한 사례로 평가된다.

 

김호동 광복회 경기도지부장=독립운동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영웅사관’에서 ‘민중사관’으로 바꾼 계기라 볼 수 있다. 학술조사를 통해 일본군의 ‘기록의 권력’에 눌려있던 잊힌 역사를 복원할 수 있었고, 기록중심의 보훈이라는 게 얼마나 허구인지도 알 수 있었다. 기존 독립운동 서사는 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소수의 의병장과 지도자 중심으로 구성돼 왔지만, 실제 전쟁의 주체는 농민과 상인, 포수 등 이름 없는 민중이었다. 기록의 부재를 이유로 배제돼 온 약 98%의 의병을 역사 주체로 다시 호명하고, 식민지 시기 일본군 기록에 의존해 축소·왜곡돼 온 의병사의 한계를 제도적으로 넘어서려는 출발점이 마련됐다.

 

-조례 제정 이후 추진된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기념 사업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강진갑=조례 제정 이후 추진된 ‘경기도 한말 무명의병 실태조사’는 무명의병의 역사적 실체를 처음으로 구체적인 수치와 자료로 복원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일본군 기록에 따르면 경기도에서의 의병 전투는 105회, 참전 의병 수는 7천여 명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사료 교차 분석 결과 실제 전투 횟수는 7배에 달하는 783회, 참전 규모는 18배에 달하는 13만 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성과는 주요 전투지와 활동 공간을 특정하는 데까지 이어지며, 향후 기념시설 조성과 교육·문화 콘텐츠 개발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김호동=대중화를 위해선 현대의 우리가 과거의 삶과 기억을 어떻게 체화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데 경기문화재단이 지난 11월 무명의병 기념사업 중 하나로 진행한 ‘무명씨들의 작은 축제’는 성공적 사례다. 이날 축제는 대중의 관점에서 청소년을 비롯한 미래세대, 무명의 소시민, 무명생활을 거친 배우 등이 호흡하며 학술의 범위에서 나아가 무명의병의 이야기를 대중화했다. 두껍고 어려운 학술자료를 이해하기 쉬운 책자로 만든 점 등 대중 강연, 대중문화예술 콘텐츠 등으로 확산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다.

 

박준범 서울문화유산연구원 부원장=무명의병에 관한 자료를 어떻게 수집하고 연구할 것인가에 관한 기술이 체계화됐다는 의미가 있다. 일본측 자료가 아닌 ‘우리’의 방식으로 역사 자원을 체계화함으로써 관련 사업을 만들거나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됐다. 경기문화재단 등을 통해 무명의병의 역사적 자료 수집, 보존 관리, 전시 및 조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토대가 구축했다. 또한 무명의병 유적지 발굴과 유지 관리, 추모 사업 및 시민 참여 교육·홍보 활동이 시행되어 지역사회 내 역사 인식을 제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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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병 기억 운동 확산화의 제도·정책·인식적 보완 과제는.

심철기 한남대학교 연구교수=무명의병 기억 운동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일단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무명의병의 존재를 밝혀내는 연구가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고, 이를 지속적으로 이끌 전문 연구자와 제도적 기반도 취약한 상황이다. 무명의병이 누군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수행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연구자에 대한 지원과 발굴이 출발점이다. 단기 사업 중심의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장기적인 연구 총서 발간과 사료 축적, 전문 연구자 양성을 병행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전문 연구자와 지역사회가 함께 조사·연구하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기억 사업 역시 단편적 성과에 그칠 수 있다.

 

박준범=전문 위원회 활성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말 무명의병 지원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업 계획 수립 및 평가의 실효성을 높여한다. 무엇보다 조례가 완성형으로 가려면 시민, 도민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지역간 연대의 네트워크 및 민관 협력체계를 강화해 학술적 고증과 대중적 콘텐츠 개발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황대호=예산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핵심 과제다. 실제로 무명의병 관련 예산이 감액됐다가 복원된 사례에서 보듯, 정치적·행정적 판단에 따라 사업이 언제든 축소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무명의병 기억 운동이 특정 시기나 인물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매년 안정적인 예산을 통해 연구·교육·시민 참여 성과를 축적하고, 이를 경기도의 역사·시민 교육 정책 속에 구조적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31개 시·군의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춘 콘텐츠 발굴 및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도록 경기도교육청 등과의 협력을 이뤄야 한다.

 

최종식 무명의병포럼 공동대표·경기일보 이사=자원이 풍부해야 스토리가 풍부해질 수 있다. 조례가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행정을 담당하는 경기도청 실국 및 예산을 담당하는 도의회가 조례의 의미를 인식하고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과제다. 민간 차원에선 무명의병 포럼 조직을 강화해 강사 양성 등 활성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무명의병 기념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강진갑=기록과 형상이 남지 않은 무명의병을 기리기 위해서는 국민이 이들을 형상화하고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의 공간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구 경기도청 광장 등을 활용해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 광장’을 조성할 수 있으며, 중앙정부 역시 시민 접근성이 높은 장소에 서울 무명의병 기억 광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의 무명용사 묘처럼, 무명의병을 국가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심철기=무명의병이 시민에게 생소한 개념인 만큼, 연구와 체험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간은 전문 연구 거점으로 기능하며, 지속적인 연구 축적과 전시·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체험형 문화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교육을 거쳐 자격증을 준다거나, AI 기술을 접목한 생동감 넘치는 체험형 문화 사업 등 시민이 체험하고 활동하며 의병의 자발성을 현대에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최종식=무명의병 기념사업은 과거를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체와 공공의 가치를 오늘의 사회에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돼야 한다. 지역 교육과 연계한 교재 반영, 시민 강사 양성, 스토리텔링 기반 콘텐츠 제작 등을 통해 무명의병 정신을 일상 속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현재와 미래를 지키는 사회적 자산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참석자

강진갑 무명의병포럼 대표·전 경기대 교수

김호동 광복회 경기도지부장

박준범 서울문화유산연구원 부원장

심철기 한남대학교 연구교수

최종식 무명의병포럼 공동대표·경기일보 이사

황대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사회

정자연 경기일보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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