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티노 레드’의 주인공…정관계 인사·배우들 사랑받아 사업에서 물러난 뒤 2016년부터 자선재단 세워 선행
드레스의 거장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AP·안사통신 등에 따르면 발렌티노 가라바니·지안카를로 지암메티 재단은 이날 "발렌티노는 우리 모두에게 끊임없는 길잡이이자 영감이었고 빛·창의성·비전의 진정한 원천이었다"며 그의 부고를 전했다.
그가 만든 화려한 드레스는 반세기 동안 패션쇼에서 단골로 등장할 만큼 독보적이었다. 그가 사용한 붉은 색은 그와 브랜드의 디자인을 대표하는 시그니처로 '발렌티노 레드'라고 불린다.
그는 오트 쿠튀르(고급 여성복)로 유명했지만 논란이 되거나 너무 과시하는 듯한 스타일은 지양했다.
유명 정관계 인사와 스타 배우를 위해 만든 발렌티노의 드레스들은 매번 화제가 됐고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에 깊게 남아 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1968년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와 재혼할 당시 입었던 크림색 레이스 드레스도 그의 작품이다.
이란의 마지막 국왕 샤 팔레비가 1979년 축출됐을 당시 그의 부인인 파라 디바 왕비가 이란을 탈출할 때 입은 정장도 발렌티노가 디자인한 것이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도 생전 그의 드레스를 즐겨 입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적인 여배우들도 발렌티노의 화려한 드레스를 사랑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1960년 영화 스파르타쿠스 로마 시사회에서 발렌티노가 디자인한 깃털 장식의 드레스를 입었다. '로마의 휴일'로 유명한 오드리 헵번도 그가 만든 드레스를 좋아했다.
줄리아 로버츠는 2001년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을 때 그가 디자인한 흑백 가운을 입었다. 케이트 블란쳇이 2005년 여우조연상을 받을 때 입었던 노란색 드레스도 그의 작품이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그의 부고 소식에 "그는 논란의 여지 없는 우아함의 거장이자 이탈리아 오트 퀴트르의 영원한 상징"이라며 "전설을 잃었지만 그의 유산은 여러 세대에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발렌티노는 1932년 5월 이탈리아 북부 파비아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패션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품고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기라로쉬 등 프랑스 디자이너 밑에서 일을 배웠다.
그는 이탈리아로 돌아와 1959년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발렌티노 하우스를 설립하고 패션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평생 파트너가 된 동료이자 연인 지안카를로 지암메티와 1960년 협업을 하며 전성기를 열어갔다.
발렌티노는 이후 남성복과 기성복·액세서리로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1998년에 이탈리아의 한 지주회사에 브랜드를 3억 달러(약 4천421억원)에 매각한 뒤로는 디자인을 하는 데에만 전념했다.
그는 2007년 사업 일선에서 물러나 2016년 지암메티와 함께 자선 재단을 설립해 선행을 베풀어왔다.
장례식은 오는 23일 로마의 한 성당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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