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주문 받고 거래처엔 주소만 넘기는 ‘무재고 위탁 판매’ 현장 급습해도 물증 없어...전직 판매업자 접촉해 시장 구조 확인 세관 앞 수십억대 판매 스튜디오 적발해도 범죄 수익 산정 한계·완전 모방 기준에 막혀 추징금·형량 대폭 감경… 범죄 유혹 ‘악순환’
짝퉁 시장이 온·오프라인 모두에 걸쳐 활개를 치고 있지만, 법의 감시망은 느리고 허술한 탓에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경기알파팀은 ‘내 손 안의 짝퉁시장’을 연재하며 짝퉁 시장의 면면을 추적하던 중, 어렵게 최근까지 SNS 플랫폼상에서 짝퉁을 판매했던 전직 판매책을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전한 짝퉁 시장의 실상은 ‘구매만큼 쉬워진 판매, 그리고 이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는 감시체계’로 압축된다. 그리고 경기알파팀은 수사 당국에 적발되던 순간까지 관세청과 마주 앉아 짝퉁을 판매하던 곳을 발견,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 비대면 판매, 털어도 ‘빈 창고’...‘월 수익 1천’ SNS 짝퉁 판매업자의 고백
“거래처에서 받은 물건(짝퉁) 사진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주문만 받으면 끝입니다. 그렇게 해도 월 순수익 1천만원은 가볍게 넘겼죠.”
경기알파팀이 접촉한 전직 짝퉁 판매업자 20대 A씨. 과거 몇 년에 걸쳐 온라인으로 짝퉁 상품을 판매했다는 그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 SNS의 활성화 이후 짝퉁 시장은 철저히 분업화된 ‘비대면 비즈니스’가 됐다고 전했다.
A씨가 밝힌 핵심은 이른바 ‘무재고 위탁 판매’(Dropshipping) 시스템의 안착이다. 판매자가 재고를 떠안고 물리적인 창고를 빌려 관리하며 적발 위험 부담을 감내하던 과거의 방식은 이제 사라졌다. A씨는 “요즘 짝퉁 판매자는 물건을 만져보지도 않고 중간에서 주문을 이어주고 수수료만 받아 챙기는 ‘유령 점주’ 역할만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짝퉁 유통 구조는 전보다 훨씬 교묘해졌다. 먼저 A씨와 같은 판매책이 인스타그램 게시물이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거래처’(공급책)로부터 받은 샘플 사진을 올리고 모객을 한다. 구매자가 입금을 하면, 판매책은 수수료를 뗀 원가와 배송지 정보를 거래처에 넘긴다. 실제 배송은 거래처가 관리하는 공장이나 창고에서 구매자에게 발송된다.
일종의 ‘쇼호스트’ 역할을 하는 것이다.
A씨는 “수수료는 판매책 마다 다르게 책정하는데, 내가 판매했을 당시에는 50% 가량을 수수료로 챙겼다. 정품급 짝퉁 가방을 40만원에 구매자에게 판매하면 20만원 가량이 남았다”며 “주문 정보만 중간에서 전달하면 되는 구조라 접근도 매우 쉽다”고 귀띔했다.
이들의 주 타깃은 ‘보여주기’에 민감한 2030 세대다. A씨는 “인스타그램 등 SNS 팔로워 수를 늘리고 싶거나 과시욕이 강한 젊은 세대가 짝퉁 판매의 주 고객”이라며 “여름철 액세서리나 명품 가방 등은 올리는 즉시 연락이 쇄도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짝퉁 판매 방식이 수사기관의 단속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판매책은 실제 물량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SNS 라이브 송출 현장을 급습해도 압수할 증거물이 없다.
A씨는 “물건을 쌓아놓지 않으니, 수사기관이 들이닥쳐도 거리낄 게 없다”며 “판매 시작부터 가품임을 명시하고 팔아 신고도 적고, 플랫폼 제재로 계정이 정지되면 타인 명의로 새로 만들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 세관 앞 ‘유령 상가’…등잔 밑 파고든 대담함
A씨의 설명처럼 짝퉁 판매업자의 수법은 편리하고 대담해진 반면, 법의 감시망은 허술했다. 경기알파팀이 짝퉁 판매(상표법 위반) 혐의로 인천지법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 형을 받은 B씨의 판매 업장을 찾았다.
그곳은 대한민국 관세 국경을 수호하는 인천본부세관을 마주 보고 있었다.
인천 중구 항동의 한 수산물종합센터.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왕복 2차선 도로 건너편으로 ‘인천본부세관’ 건물이 마주 보였다. 두 건물 사이의 거리는 불과 30m 남짓. 세관의 감시망이 빤히 내려다보이는 그곳이 B씨 일당이 수십억 원대 짝퉁 명품 판매 라이브 방송을 전 세계로 송출하던 ‘범죄 스튜디오’였다.
B씨가 굳이 세관 앞을 범행 장소로 택한 이유는 건물의 ‘구조적 허점’에 있었다. 1층 수산물 시장을 지나 위층으로 올라가자, 건물은 거대한 ‘유령 상가’로 돌변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춘 3층 복도는 낮에도 어두컴컴했다. 이곳 분양사무소와 관리사무소 관계자들은 해당 건물 상층부가 오랜 기간 공실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상가 입주자 C씨는 “워낙 비어 있는 사무실이 많아 누가 들어와서 뭘 하는지 알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해당 건물의 3층 복도 구석에 위치한 한 사무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다른 공실들과 달리 유리창 전체가 검은색 필름(시트지)으로 가려진 모습이었다. 사무실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지만, 검은 필름 틈새로 내부를 들여다보니 옷걸이 여러 개와 텅 빈 행거들이 남아 있었다. B씨 일당이 낮에는 빈 사무실로 위장해 세관의 눈을 피한 뒤, ‘짝퉁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던 흔적이다.
실제 주변 상인들은 짝퉁 판매자들이 주로 인적이 드문 심야 시간에 활동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상인 D씨는 “낮에는 사람이 드나드는 걸 거의 보지 못했는데,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에 사람들이 박스를 나르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그는 “수산물 센터 특성상 밤에는 상주 인원이 거의 없는데, 그때마다 물건이 오가는 게 의아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B씨 일당은 이곳에서 1천800여점, 정품 가격 18억6천만원 상당의 짝퉁을 팔아치우며 시장을 교란했다. 대한민국 관세 행정의 심장부 앞에서 매일 밤 짝퉁이 국경을 넘나들었지만, 세관은 등잔 밑을 놓친 것이다.
■ 18억 팔아도 ‘집행유예’…범죄 키우는 ‘할인 처벌’
수십억원을 벌어들인 범죄였지만, 법의 심판은 관대했다. 인천지법은 “초범이고 범행을 반성하고 있다”며 B씨 일당에게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범죄 혐의가 인정됐음에도 일단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의 원인으로 양형 기준(7년 이하 징역, 1억 원 이하 벌금)의 가벼움보다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범죄 수익을 제대로 산정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를 지목한다.
법무법인 고운 이호영 변호사는 “짝퉁 판매자들은 이중장부를 사용하거나 아예 파기하고, 타인 명의의 대포 통장이나 차명 계좌를 이용해 수익금을 세탁한다”며 “수사기관이 피고인이 은닉한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밝혀내지 못하면, 법원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축소된 장부나 수사 과정에서 일부 드러난 예금 내역에 의존해 판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실제 수십억원대의 판매 수익을 챙겼어도, 법정에서 미미한 수준의 범죄 수익만이 규명되면 추징금과 형량 모두 대폭 감경되며, 이것이 또 다른 범죄 유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범죄 수익 환수 시스템의 부재가 사실상 예비 범죄자들에게 ‘할 만한 장사’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데드카피(Dead Copy·완전 모방)’라 불리는, 정교한 ‘가품’은 처벌하기 어려운 법의 구멍도 짝퉁 시장을 키우는 또 다른 주범이다.
현행법상 짝퉁 제조·판매자에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면 ‘비슷하게’ 베낀 상품이 아닌, ‘완벽하게 똑같이’ 베낀 상품을 취급해야 해 유사 제품의 경우 법 적용에 예외가 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시각적으로 명백한 모방이지만, 일부만을 살짝 변형해 법망을 피해 가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라며 “짝퉁 물품, 이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시장에 대한 단속이 활성화하려면 현행법에서 규정한 모방의 요건을 완화, 상표권을 적극 보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관련기사 :
안방서 유튜브 보고 300만원짜리 패딩을 10만원에…짝퉁 실제 구매기 [내 손 안의 짝퉁시장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14580505
[영상] 이태원 ‘로스분’서 유튜브 ‘SA급’까지…괴물이 된 40년 ‘욕망의 복제’ [내 손 안의 짝퉁시장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14580495
[영상] 짝퉁 단속 ‘각개전투’… 컨트롤타워가 없다 [내 손 안의 짝퉁시장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20580342
밀수·라방 추적… 3개 기관, 최전선에서 ‘짝퉁과의 전쟁’ [내 손 안의 짝퉁시장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120580348
짝퉁판매 소굴된 SNS...수십억 팔아도 법원은 ‘집행유예’ [내 손 안의 짝퉁시장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125580259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