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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오디세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이 된 K-시대극

정민아 성결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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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산업이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는 요즘도 한국 콘텐츠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K’라는 기호는 이제 한국인의 국적성을 넘어 전 세계인이 공유하고 즐기는 하나의 문화적 감각 장치이자 보편적 언어로 진화했다. 과거 한국에서 제작해 해외로 수출하던 일방향 단계를 지나 현재는 타 문화와 융합하고 상호작용하는 이른바 한류 4.0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드라마와 음악에서 시작된 한류 열풍은 여행, 푸드, 패션, 리빙 등 한국인이 즐기는 삶의 방식 전반에 대한 총체적 관심으로 전이됐으며 세계인은 이를 하나의 세련된 라이프스타일 양식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K-시대극’은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기호 K의 의미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폭군의 셰프’나 현재 방영 중인 ‘은애하는 도적님아’는 이 현상을 잘 보여준다. 현대의 셰프가 조선시대로 타임슬립해 절대 미각의 폭군을 만난다는 폭군의 셰프는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부문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다. 도적이 된 여인과 그녀를 쫓는 조선의 대군이 서로 영혼이 바뀌는 사건 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를 그리는 은애하는 도적님아는 넷플릭스 공개 3일 만에 ‘대한민국 톱10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다.

 

두 작품은 북미 최대 영화정보 사이트 IMDB와 초대형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Reddit) 게시판에 팬들의 폭발적 시청 소감과 별점 평가를 끌어내며 글로벌 화제를 낳고 있다. 만화적 상상력이 개연성의 문턱을 넘어 ‘로맨스 판타지’라는 장르적 외피를 입을 때 그 허구성은 오히려 신선한 유희가 된다. 두 작품은 각각 K-푸드와 한복의 탐미적인 미학을 현대적 감각으로 투영하며 시청자의 오감을 매료시킨다. 이렇듯 보편적인 장르 문법 위에 한국 고유의 미감을 영리하게 덧칠한 전략은 로컬을 넘어 글로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연산군을 상기시키는 궁을 배경으로 하며 대체 역사물로서 공식 역사를 뒤집는 재미, 그리고 한계를 넘어서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순한 역사 드라마를 넘어 한식, 한옥, 한복, 한약을 조선 역사라는 패키지로 엮어낸 이 드라마들은 한국의 이미지를 현대적이고 매력적으로 융합한 문화 콘텐츠가 됐다.

 

과거 문화적 거리는 해외시장 진출에 큰 장애물이었으나 이제 한국의 로컬 특수성은 오히려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매력 자산이 됐다. 보편적인 장르적 틀 안에서 한국만의 독특한 색채를 전달하는 방식은 글로벌 시청자에게 문화적 교육 효과까지 창출하고 있다. 결국 한류 4.0의 진정한 완성은 한국적 특수성이 세계의 공통 가치와 만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끌어내는 데 달려 있다.

 

이처럼 역사적 상상력과 K-미학이 결합한 로맨스 판타지는 일시적으로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넘어 세계가 한국이라는 고유한 브랜드를 경험하고 열광하게 만드는 세련된 창구가 돼가고 있다. 로컬의 특수성을 보편 장르 문법으로 번역해내는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 한류의 글로벌 문화 영토를 확장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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