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사다리차 원활한 진입 위해 소방청, 문주 높이 5m↑ 명시에도 일부 아파트 설계 결함 ‘낮은 문주’...전문가 “안전 위해 엄격 관리해야”
고층 아파트 화재 시 인명 구조의 성패를 가르는 고가 사다리차가 정작 아파트 입구에서 멈춰 서고 있다. 단지의 위용을 뽐내기 위해 설치한 화려한 출입 구조물이 대형 소방차의 진입을 가로막는 ‘거대한 바리케이드’가 되고 있어 입주민의 안전이 설계 단계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52m 고가사다리차 기준 원활한 차량 진입을 위한 건축물 문주 높이, 폭을 각 4.5m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다. 45m 높이 고가사다리차의 경우 권장 폭과 높이는 3.8m 이상이다.
소방청 역시 2023년 12월 건축위원회 심의 표준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며 ‘진입로에 설치되는 문주와 조형물, 차량 통행용 필로티의 유효 높이는 소방차 출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5미터 이상으로 적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침에도 도내 고층 아파트 곳곳의 문주는 기준보다 낮게 설치돼 있다.
용인특례시에 위치한 A아파트의 문주 높이는 4m 정도였고, 인근 B아파트는 단지 내 동과 동을 잇는 구름다리 높이가 4m 수준이었다. 20층 이상의 높이지만 15층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는 52m 고가사다리차 진입조차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같은 지역 C아파트는 단지 내부로 진입하는 길목에는 높이 3~3.5m 수준의 별도 구조물이 설치돼 있어 45m 높이 고가사다리차가 들어서기 어려운 구조였다.
전문가들은 문주 설계 당시 높이에 대한 강제 규정, 정부와 지자체의 사후 관리가 모두 부재한 것이 요인이라고 지목한다. 실제 2015년 국정감사 당시에도 도내 아파트 단지 661개 중 130개에 고가사다리차 진입이 어려운 ‘저높이 문주’가 설치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지난해 소방청 국정감사에서는 민주당 김성회 국회의원이 “입구에 장애물이 있어 아파트에 소방차가 못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화재는 1분, 1초가 생명인데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도내 한 소방 관계자도 “화재 현장에 출동하던 중 낮은 문주를 통과하다 차량 상단이 긁히거나 파손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입주민 안전을 위해 설계 단계부터 소방차 진출입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노후 단지는 문주 철거나 개보수 작업을 강력히 추진하고, 신규 단지는 준공 검사 단계부터 강화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