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근거·의무 없고 발병 확인땐 전수조사·관리 부담 떠안아 ‘쉬쉬’ 면역력 약한 고령층 감염 부채질 “진단·격리 의무화하고 돌봄 수당 국가가 나서 치료·비용 등 책임져야”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 完 요양업계, 대책 호소
면역력이 취약한 고령층이 모여 생활하는 요양시설이 다제내성균 관리 사각지대로 남아 감염 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제내성균에 코로나19 수준의 진단·격리 의무를 부과하고 정부가 관련 지원을 전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양 시설 입장에서는 입소자에 대한 다제내성균 감염 여부를 검사할 근거나 의무가 없고, 감염 사실이 확인되면 입소자 전수 조사, 격리·관리 부담을 오롯이 떠안아야 해 고령층 확산 가능성을 알고도 쉬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령상 요양시설이 고령층 입소 전 사전 검사하는 질병은 결핵, 홍역 등으로 다제내성균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일부 요양시설만 다제내성균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감염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해당 시설이 입소자 전원에 대한 검사, 격리 시설 마련 등을 감내하고 있다.
경기도내 한 요양시설 관계자는 “다제내성균이 의심됐을 때 시설이 이를 확인하는 순간, 모든 책임을 홀로 뒤집어쓰는 게 현실”이라며 “결국 요양원 입장에서는 다제내성균 검사가 ‘긁어부스럼’이고, 감염자가 없길 바라기만 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자 요양업계 내부에서는 정부가 다제내성균에 대한 검사 의무 부과, 지원을 코로나19 수준으로 적용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세가 일던 2020~2023년 정부와 경기도는 요양시설을 감염취약시설로 지정하고 선제·정기검사를 확대했다. 도는 정부 전수검사 대상에서 제외됐던 노인주거시설·요양형 재활병원·장애인시설 종사자 1만621명도 자체 검사했으며, 2021년 초에는 검사 빈도를 주2회로 확대하기도 했다.
또 집단감염 발생으로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 시 요양보호사 등 긴급 돌봄 인력을 투입했으며, 재원 투입을 통해 ▲요양기관 종사자 감염예방수당 지급 ▲요양시설 감염 예방 관리비 지원 ▲확진자 치료 본인부담금 지원 등도 전개했다.
요양업계는 정부와 광역 지자체가 다제내성균 검사, 격리, 치료를 지원해 감염 방지의 최일선에 서 있는 요양시설의 적극 대응을 촉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신은경 경기도 수원어르신간호센터 대표는 “다제내성균은 고령층의 적기 치료를 막고 집단 감염까지 발생할 수 있는 엄연한 ‘감염병’임에도 감염에 취약한 요양시설에 검사 의무도, 지원 체계도 없는 상태”며 “고령화로 다제내성균 확산이 더 빈번해지는 만큼 국가가 검사와 치료, 인력과 비용을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의료계 “확산 위험 요양시설 제도 개선을” 한목소리
요양시설이 다제내성균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음에도 검사 의무, 역량 모두 갖추고 있지 못해 확산에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에 대해 의료계와 정치권 모두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요양시설이 입소 전후 다제내성균 검사에 나서야 하며, 정부와 지자체가 이를 지원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국정감사 등을 통해 다제내성균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은 입법을 통한 다제내성균 관련 전반적인 미비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의원은 “현행법은 다제내성균 진단, 격리, 치료를 촘촘하게 연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요양시설은 명백히 사각지대인 상황”이라며 “다제내성균은 개인의 질병 치료를 넘어 의료계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관련 입법 활동을 통해 제도 공백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황세주 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역 요양시설에 입소 전 의무 검사 질병에 다제내성균을 포함, 치료 기회 확대와 확산 방지를 동시에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다제내성균의 경우 증상이 없는 탓에 사전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지만 현재는 요양원 입소 전 결핵만 검사하도록 하고 있어 다제내성균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황 의원은 사전 검사 확대와 함께 종사자 교육 강화도 주문했다.
그는 “검사 항목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며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국가나 지자체에서 일부 지원을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조례에 담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교수 역시 요양시설의 입소 전 다제내성균 검사 필요성을 지목했다.
김 교수는 “국내 장기요양기관의 감염관리 기준이 명확히 마련되지 않아 시설별 감염관리 프로그램 교욱 등을 갖추기 어렵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단계적 지원과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보건복지부령상 다제내성균에 대한 선제적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시설로 유입된 보균자를 초기에 걸러내지 못하고 시설 내 확산까지 이어지는 것”이라며 “입소 전 검사 항목에 다제내성균을 포함하고, 검사와 치료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다제내성균이란?
2개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는 병원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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