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식통

[삶, 오디세이] 오늘도 이어진다

법장스님 불암사 교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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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보는 이는 법을 볼 것이며, 법을 보려는 이는 연기를 볼 것이다.’

 

불교의 오래된 경전인 중아함경에서 부처님이 자신이 깨달은 법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연기(緣起)’는 ‘인연생기(因緣生起)’의 줄임말로 인연이 생겨나고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궁극적인 ‘법(法)’이란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인연에 의한 것이고 그 인연은 자신과 더불어 생겨나고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즉, 어떤 일이 일어난 것에는 그 원인과 더불어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게 된 작용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법이며 가르침이다.

 

점차 가족이라는 개념이 옅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나 혼자 사는 것이나 싱글라이프가 젊은 시절에 멋지게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채우며 살아가는 성공한 모습이라 여겨지고 있다. 결혼을 했어도 성격 및 취향이 조금만 다르면 큰 고민없이 이혼이나 돌아온 싱글로 살아가면 된다고 가볍게도 생각한다.

 

이 두 가지 유행은 심지어 방송과 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안방에서도 전혀 불편함 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모두가 혼자 살거나 돌싱이 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사는 게 힘들어 결혼을 포기하거나 결혼생활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멈추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처럼 일생의 중요한 결정이 유행과 같이 여겨지고 우리 주변에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면 이는 분명 사회 문제가 되는 것이고, 지금 분명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가족의 개념이 옅어진다는 것은 사회가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가 붕괴되면 가장 중요한 자신이 머물 곳이 사라진다.

 

가족은 자신의 보금자리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중추이기도 하다. 작은 단위의 가족 한 집이 모여 마을이 되고 그 마을이 사회와 나라와 세상을 이루는 것이다.

 

또 가족에 대해 가벼이 여기면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바라볼 수 없다. 단순히 내가 공부를 잘해서, 능력이 좋아서 이뤄지는 삶은 어디에도 없다. 가족의 보살핌과 주변의 배려와 믿음이 있었기에 지금의 그런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자신이 이렇게 존재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까지 그 가족이 존재하고 있기에 자신이 태어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의 생활이 어렵고 지금의 자신이 부족하더라도 그 뒤에는 언제나 가족이 자신을 받쳐주고 있다. 어제가 지나야 오늘이 오고 오늘이 지나가야 내일이 온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 속에도 이어짐이라는 이치가 담겨 있다.

 

이처럼 ‘나’ 역시 홀로 존재할 수도 살아갈 수도 없다. 내 속에는 또 다른 나인 가족이 항상 함께 한다. 가족은 바로 나의 이어짐이다.

 

한 해의 시작을 온 가족과 함께 맞이할 수 있는 설날이 이제 곧 다가온다. 먼저 떠나가신 분도, 지금 함께 있는 분도, 이제 막 세상에 나온 분도, 모든 분들이 가족으로 자신과 함께 오늘을 이어 가고 있다.

 

이 오늘에 감사하듯 가족의 인연에 자신이 있음을 감사히 느끼는 2월의 하루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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