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용인 반도체 산단은 불안하다. 용인시민 눈에는 특히 그렇게 보인다. 뭐라도 가져갈 것이라는 의심이 있다. 그런데 SK, 삼성 등 대기업이 지방 투자 계획을 밝혔다. 270조원을 지방에 쓰겠다고 했다. 지방 균형발전에 단비같은 소식이다. 이전 반대 투쟁에 변화를 꾀해도 되지 않겠나.
삭발과 눈물, 구호가 뒤섞인 행사가 있었다. 31일 오후 7시 용인시청 야외 음악당이었다.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육박하고 있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사수를 위한 촛불문화제였다. “산단 이전 반대한다”는 구호가 이어졌다. 시민·자영업자·비대위원의 삭발식도 있었다. 지켜보던 시민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상일 용인시장이 말했다. “저 또한 (산단 이전 반대를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게 지금까지의 용인이다. 이전설 불안이 계속 살아있다.
경기도의회에서 의미 있는 질의응답이 오갔다. 4일 본회의에서 용인지역 출신 도의원 둘이 질의에 나섰다. 산단 이전론에 불씨가 된 전력망·용수 공급 대책을 추궁했다. “이 자리를 계기로 이전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고 봐도 되겠느냐”는 다짐도 요구했다. 김동연 지사가 분명하게 입장을 밝혔다. 전력 문제에 대해 “실마리를 풀었다”고 설명했다. 국제 경쟁력을 언급하며 “(이전은) 자살 행위”라고까지 평했다. 도지사가 내놓을 가장 명확한 수준의 답이다.
이날 청와대에서도 주목되는 발표 하나가 있었다. 10대 기업의 270조 지방 투자다. 이재명 정부 5년간 이뤄질 규모라고 한다. 반도체 설비 증설, 배터리 생산 및 연구 개발, 인공지능(AI) 기반 산업 등의 내용도 설명됐다. 용인시민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해석된다. 반도체 산단 이전설의 논거는 ‘지방 투자’였다. 국가균형발전은 민주당의 정책 기조다. 그래서 용인시민이 불안했다. 이런 때 나온 ‘270조 지방 투자’다. 대체된 투자로 여겨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반도체 입지는 기업이 선택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치와 달리 갈 수 없다. 또 어떻게 바뀌어 갈지 알 수 없다. 우리에게도 지금의 논지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럼에도 제언해야 할 이유는 있다. 지금과 같은 불안감 주입을 계속할 수는 없다. 전해지는 용인발 소문이 있다. ‘보상이 수월해졌다.’ 좋은 것 아니다. 불안하니 빨리 팔자는 얘기다. 이런 민심까지 어쩔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불안을 달랠 정치의 순기능은 주문할 수 있을 것이다.
SK하이닉스 산단은 골격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현재 산단 공정이 70.6%다. 2026년 하반기 예상 공정은 97.9%다. 삼성전자가 입정 예정인 이동·남사 산단은 2023년 12월 산단 승인이 났다. 12월22일부터 보상 협의에 들어갔다. 이런 통계를 알리고 동의를 구한 게 용인시다. 이 시장이 기자회견 하면서 일일이 공개한 자료다. 이런 통계 들고 정부를 찾고 정치를 찾아다녔다. 이런 논리개발과 동분서주가 있어 지금까지 왔다.
그럼에도 해보려는 제언이다. 반도체 이전의 출발은 정치였다. 그것 때문에 시민이 힘들어했다. 역으로 보면 같은 논리다. 필요 이상 길어질 땐 이전 반대도 정치가 된다. 쉼표가 주어졌을 때 쉬어 가야 한다. 정부도, 경기도도, 기업도 ‘이전’을 말하지 않는다. 5년간 진행할 다른 형태의 지방 투자가 발표됐다. 쉬어 갈 때가 있다면 지금이 그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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