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서 이천시의회 의장
겨울의 마침표이자 봄의 시작점이라는 입춘(立春)이 갓 지났다. 매서운 추위가 여전한 듯해도 땅 밑에서는 이미 물이 오른 생명력이 꿈틀거린다. 절기는 속이지 못하는 법이다. 이천시의회 역시 이 생동하는 계절에 맞춰 새해 첫 임시회의 돛을 올렸다. 지난 한 해, 이천시의회에 보내주신 시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매서운 질책은 우리가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유일한 동력이었다. 그 깊은 신뢰에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신뢰에 화답하기 위해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역동적인 기운으로 ‘균형’과 ‘민생’이라는 두 마리 말을 이천의 대지로 달리게 하려 한다.
“현장의 울림, 도시의 잠재력을 깨우는 동력”
제8대 후반기 이천시의회는 ‘시민중심 민생의회, 시민을 위한 맞춤의회’라는 깃발을 내걸었다. 그것은 화려한 수사(修辭)가 아니라 정치의 본령으로 돌아가겠다는 처절한 약속이었다. 우리는 책상 위 서류뭉치 대신 먼지 날리는 현장을 택했다. 관행이라는 이름의 안일함을 걷어내고 시민이 체감하는 온도를 의정의 표준으로 삼았다.
시민단체와의 간단회와 연구단체 활동은 현장에서 답을 찾고 시민의 가감 없는 목소리를 정책이라는 정교한 틀로 연결하는 과정이었다. 이천은 유네스코 창의도시이자 SK하이닉스를 품은 첨단산업의 심장부다. 농업과 기술,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잠재력을 지닌 도시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도시의 잠재력은 결코 저절로 현실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성장 가속도 이면의 그늘, 균형의 미학(美學)이 필요하다”
지금 이천은 반도체 산업의 눈부신 성장에 힘입어 도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산업구조의 편중성 극복, 도시 정체성 강화, 그리고 균형 있는 개발과 삶의 질 보장이라는 무거운 숙제가 놓여 있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는 이천의 거대한 자산인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재정과 산업 안정성을 위해 우리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이천시의회는 첨단산업과 함께 문화·관광·농업·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균형 잡힌 도시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자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걸맞은 축제 콘텐츠와 체류형 관광 인프라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한 과제다. 이천의 역사와 가치를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체감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공동주택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통, 환경, 소음 등의 문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현안이다. 개발과 정주의 균형, 성장과 삶의 질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발전 기준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2026년 의정 운영의 세 가지 이정표”
올해 이천시의회는 시민의 삶과 직결된 현안을 책임 있게 풀어나가기 위해 세 가지 방향으로 의정을 운영하고자 한다.
첫째, 시민의 삶을 현장에서 변화시키는 ‘생활밀착형 의회’가 되겠다.
복지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시민의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세심함에서 시작된다. 전국 최초로 24시간 운영되는 아이돌봄센터 ‘아이다봄’은 이천형 복지의 상징이다. 이를 더욱 확대해 맞벌이 부부의 독박 육아 공포를 해소하고 주거밀집 지역 돌봄 서비스를 촘촘히 확충하겠다. 고등학교 졸업앨범비 지원 같은 체감형 교육 복지는 물론이고 다자녀 연계형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통해 ‘결혼-출산-양육-주거’로 이어지는 전 생애주기별 버팀목을 세우겠다.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난제를 이천의 골목에서부터 혁파해 나가는 저력을 보이겠다.
둘째,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 경제 의회’를 구현하겠다.
‘관내 업체 우선, 이천시민 우선’이라는 원칙은 지역경제 생태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단순히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이천시 지역화폐 분석 연구회’에서 수집된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개선안을 도출하겠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비명이 희망의 목소리로 바뀔 때까지 물품 우선구매 간담회를 지속하고 시정 현안 사업의 하도급 계약 시 관내 인력과 장비가 1순위로 투입되도록 행정·정책적 강제성을 높이겠다. 지역 내 자금이 선순환해 소상공인과 대기업이 동반 성장하는 ‘상생의 경제지도’를 그려내겠다.
셋째, 주거·환경·정주 여건을 혁신하는 ‘미래 도시 의회’로 도약하겠다.
도시의 외연 확장보다 중요한 것은 내실 있는 정주 여건의 혁신이다. 공동주택 주민의 숙원사업을 우선 지원하고 역세권 개발을 체계화해 균형 잡힌 지역 발전을 꾀하겠다. 특히 산업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했던 생활소음과 비산먼지를 획기적으로 저감하고 화물 전기차의 보급을 확대해 숨 쉬기 편한 도심 환경을 구축하겠다. 도농복합도시의 매력인 녹지 환경은 보전하되 의료·교육·문화 인프라는 대도시 못지않게 확충해 ‘인구 30만 중형도시’에 걸맞은 품격 있는 이천을 만들어 가겠다.
“초심(初心)을 잊지 않는 마무리”
흔히 ‘마무리로 갈수록 초심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제8대 이천시의회 임기 마무리를 향해 가는 지금, 저와 의회는 더 낮은 자세,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겠다. 시민의 작은 목소리 하나도 결코 놓치지 않겠다. 말이 아닌 결과로 신뢰받고, 약속이 아닌 성과로 평가받는 의회가 되겠다. 시민과의 약속을 금과 같이 여기며 반드시 지켜나가겠다.
봄은 기다리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마중 나가는 사람에게 먼저 찾아온다. 이천시의회는 언제나 시민과 함께 웃을 수 있는 도시, 희망과 자부심을 느끼는 이천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겠다. 항상 건강하고 모든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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