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식통

[지지대] 이 약을 먹은 후 운전해선 안 됩니다

황호영 사회부 차장

image

“오늘 하루는 운전하시면 안 됩니다.”

 

내시경 건강검진, 사랑니 발치 등 수면마취가 필요한 처치를 받아봤다면 그전에 의료진으로부터 이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마취가 풀려 정신이 들어도 맨정신과 같은 반사신경과 판단력 발휘가 어렵기 때문이다.

 

독감이나 심한 몸살로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을 때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약사들로부터 ‘이 약을 먹으면 졸릴 수 있다’는 안내를 넘어 ‘그렇기에 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말까지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4월2일부터 감기약, 항우울제 등 졸음이나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약을 복용하고 운전하면 처벌 대상이 되는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다. 병원 치료를 위해 약을 먹었지만 최악의 경우 형사처벌과 면허 박탈 등 행정처분이 뒤따를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법 시행이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처방약 봉투나 약국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감기약 등에는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또는 ‘삼가해야 한다’ 등의 안내 문구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의가 필요한 약 종류 자체가 적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대한약사회가 3일 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 성분 386가지를 제시했는데 ‘운전 위험’과 ‘운전 금지’에 해당하는 약물만 297개나 됐기 때문이다.

 

최근 약물 복용 및 수면마취 후 운전대를 잡다가 인명 피해를 동반한 사고를 낸 사례가 잇따르면서 약물 운전 단속 강화는 필요해졌다. 하지만 법 시행이 임박한 지금도 환자, 소비자들은 이렇다 할 안내를 받지 못한 채 불의의 피해자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천저 등 관계기관은 최소한 일반 국민이 ‘이 약을 먹으면 운전해서는 안 되는구나’를 쉽게 인지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사전 안내 기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