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정자교 붕괴 후 전수조사 했지만 “예산 부족” 이유 보수·보강만 반복
사망자가 발생한 성남 정자교 붕괴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경기도가 노후한 교량을 전수조사한 지 3년째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경기지역 곳곳에서 붕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는 교량들이 방치되고 있어 ‘제2의 정자교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5일 찾은 이천시 호법면 단천리에 위치한 매곡교. 교량 입구에는 ‘재난위험시설 회차하시오’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고 교량 상부에는 차량 높이 제한 차단봉이 설치돼 있었다.
해당 교량은 2023년 말 진행된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 판정을 받았고 이후 시가 안전을 위해 무게 18t, 높이 2.3m 초과 차량의 통행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실제 매곡교 하부에는 깊은 균열이 여러 갈래로 퍼져 있었고, 콘크리트가 탈락해 철근이 바깥으로 노출돼 있었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대한 특별법(시특법)은 시설물 안전 등급을 A~E 5단계로 나눈다.
‘중대 결함’을 의미하는 D등급, ‘통행 제한 및 즉각 보수’를 요하는 E등급 판정을 받으면 해당 법률은 관리주체인 시군에 2년 내 보수·보강 계획 수립, 3년 내 시공 완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매곡교는 E등급 판정 2년이 넘은 지금도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시가 재개설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시특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한의 보수만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취재진이 지켜본 결과, 시의 통행 제한 문구를 무시하고 교량을 통과하는 대형 화물차들이 줄을 이었다.
같은 날 찾은 용인특례시 처인구 천리2교 상황도 비슷했다. 해당 교량은 2019년 D등급 판정을 받은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보수 작업이 진행됐지만, 현재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시가 ‘도시계획도로 조성 과정에서 철거가 예정된 교량’이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보수만 반복해서다.
시는 교량 철거 계획이 확정된 지난해 11월에야 통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지자체의 행정 절차에 주민 안전이 6년여간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이외 용인 월촌교, 여주 당산교 등이 D등급 판정을 받고도 이렇다 할 대수선 없이 보행, 차량 통행이 이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노후 교량 보유 지자체들은 예산상 한계로 즉각적인 대보수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대 결함 판정을 받으면 긴급 안전 조치를 취하고 교량 재가설을 추진하지만 재원 부족 등 여러 난관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구병 전 한국교육시설안전연구원 이사장은 “교량은 안전성이 우선돼야 해 근본적인 보강 조치가 필요하다”며 “재정적 한계로 인한 수리 지연은 있을 수 없는 일로 광역단체나 정부가 교량 안정성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관련기사 : 보수 안했는데 안전 등급 상향?…“교량 점검 기준 통일해야” [집중취재]
https://kyeonggi.com/article/20260225580539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