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불법행위 근절 정책이지만 자금 유치 컨설팅 플랫폼화 우려 기업 격차 심화, 기회 불균형 지적 “브로커 안쓰면 밀리는 구조 고착화” TF “우려 부분 충분히 반영하겠다”
규칙이 된 반칙 : 정책자금 브로커中
정부가 정책자금 불법 브로커 수요 근절책으로 ‘컨설팅 등록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브로커 양성화가 ‘정책자금 유치 컨설팅 플랫폼’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비용을 지불하고 브로커를 쓸 여력이 있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 간 격차 심화, 즉 정부 지원사업에서도 기회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25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소벤처기업부 ‘제3자 부당개입 문제해결 TF’는 경영지도사, 기술지도사 등과 같이 일정한 전문성과 자격을 갖춘 인사가 합법적으로 정책자금 지원 업무를 컨설팅할 수 있도록 하는 등록제를 추진 중이다.
정부의 검증을 받은 업체들이 정당하게 기업을 컨설팅해주면 불법 브로커가 자연스럽게 설 자리를 잃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기업들은 컨설팅 등록제의 종착점이 정책자금 시장계의 또 다른 ‘쿠팡’ 탄생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내 한 중소제조업체 대표 한모씨는 “돈을 내고 멤버십을 이용해야 남들보다 물건을 빠르게 배송 받을 수 있는 쿠팡처럼 브로커를 통하지 않으면 자금 지원 순번에서 밀려나는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라며 “이미 비용을 투자해 독자적인 정책자금 지원 인력을 보유한 기업은 바보가 될 것이고 브로커를 쓸 여건이 되지 않는 기업은 도약 가능성을 완전히 상실하는 불공정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책자금 시장을 지배한 컨설팅 업체들이 기업에 먼저 고액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주객전도’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쿠팡이 배송 업계를 장악한 순서를 그대로 대입하면 정책자금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브로커가 제도권 안에서 완장을 찰 경우 다음 발자취는 수수료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을 통하지 않는 것은 정책자금 유치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엄포에 기업은 돈을 뜯기고 이는 공적 자금의 유출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TF 관계자는 “컨설팅 등록제는 현재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인 단계로 제도 도입 여부부터 시작해 구체적인 방식 등 모두가 미정인 상황”이라며 “현 시점에서 세부 추진 과정과 계획을 설명하긴 어렵지만 현장에서 우려하는 부분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브로커 대행 빠르지만… 착수금 잃고 돌아온 건 ‘탈락’뿐
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인들은 브로커를 찾는 이유로 ‘속도’를 꼽는다. 담보 없이 시중은행의 절반 수준인 저금리로 수억원을 조달할 수 있는 정책자금의 신청 기한은 대부분 ‘예산 소진 시점’까지이기에 뒤처지면 문이 닫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잡한 준비 절차를 본업과 병행하는 것은 대표들에게 거대한 벽으로 다가오고 그들에게 ‘시간을 아껴 주겠다’는 브로커의 유혹은 달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연 그 ‘빠름’이 기업의 실질적인 이익과 생존을 보장할까. 경기알파팀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혁신창업사업화자금’ 신청 과정을 기준으로 직접 발로 뛴 A대표와 브로커를 택한 B대표의 사례를 재구성해 그 차이를 짚어봤다.
■ 보름간의 ‘치열한 증명’과 1천700만원의 ‘신속 대행’
파주에서 소규모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대표와 화성에서 비슷한 규모 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B대표는 같은 기업 정책자금을 신청했지만 그 방법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정책자금 신청에 처음 도전하는 A대표는 서류 미비를 방지하기 위해 첫 단계인 온라인 신청부터 공고문을 철저히 살피고 요건 확인에 신중을 기했다. 반대로 브로커 신청 대행을 선택한 B대표는 공인인증서를 넘겨주며 단 몇 분만에 신청에 필요한 정보 입력을 마쳤다. 브로커를 통해 구매한 서비스 중 ‘속도’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가장 큰 차이는 사업계획서 작성에서 나타났다. A대표는 사업계획서 작성과 보완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지역 창업지원센터의 컨설팅을 수차례 받으며 밤을 새워 수치와 근거를 보강했다. 여기에는 꼬박 보름이 걸렸다. 반면 B대표는 500만원의 착수금을 내고 브로커가 대필한 사업계획서를 건네받아 제출했다. 이후 3억원의 융자 승인 시 지원금의 4%인 1천2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 고군분투하다 닫힌 문, 감언이설에 날아간 착수금
중진공의 현장 실태조사까지 무사히 마친 두 대표는 정책자금을 기대했지만 모두 정책자금을 지원받지 못했다. A대표의 경우 홀로 많은 자료를 준비하고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고 그 사이 예산이 소진되며 수혜층이 되지 못했다.
그는 “정책자금 신청에 필요한 서류와 준비 절차가 복잡해 처음 신청하는 입장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허탈해했다.
하지만 고군분투하며 축적한 자료는 A대표의 자산이 됐고 약 2주 뒤 신청을 시작한 또 다른 정책자금 지원 사업을 통해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브로커에게 500만원을 지불하고 승인 소식만 기다리던 B대표 역시 ‘탈락’ 통보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B대표는 브로커에게 연락해 실패에 따른 선지급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브로커는 “원래 여러 번 신청해야 붙는다. 다음에 신청할 때 수정해 주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브로커는 한 번은 무료 수정이지만 그 다음에도 떨어지면 300만원의 수정비가 더 든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는 선지급금을 돌려받기 위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정책자금 브로커 신고센터’에 자진 신고했다.
중진공은 브로커가 ‘성공 조건부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받은 뒤 실패에 따른 선지급금을 거부한 사기행각을 벌였다’며 ‘제3자 부당개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브로커는 경찰에 입건됐지만 B대표 역시 중진공의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컨설팅 등록제... 기업부담 커지고 브로커업체 서열화
“플랫폼의 끝은 독과점이고 경쟁의 종착지는 카르텔 형성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국가에 돌아갈 거고요.”
중소기업계는 정부의 ‘정책자금 컨설팅 등록제’의 종착점이 대형 컨설팅 법인의 등장, 수임료 시세 형성과 기업 부담 심화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가격 결정권을 손에 넣은 브로커들이 경쟁과 합종연횡을 반복하다 보면 브로커 집단의 서열화가 발생하고 결국 세금으로 수임료를 지불하는 기형적인 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용인시의 한 제조업체 대표 윤모씨는 “국가가 등록 업체를 공식화하는 것은 ‘이 업체는 조금 비싸지만 믿어도 된다’고 보증하는 셈”이라며 “그렇게 등장한 브로커들이 한번에 많은 대행 의뢰를 받고자 연대하면 자연스레 ‘더 비싼 단체’와 ‘그래도 저렴한 단체’ 등 등급이 부여되고 수임료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라의 기업 지원 자금이 컨설팅 ‘수임료’로 유출되면 정작 기업이 설비 확충이나 연구개발에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기업에 줄 돈을 브로커 수익으로 쥐여주는 낭비가 고착화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브로커 양성화가 컨설팅 수요 충족이라는 순기능보다 정책자금의 제3자 유출 빈도, 규모를 키우는 화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현재 브로커들이 기업에서 챙기는 정책자금 신청 대행 수수료는 전체 자금의 4~10%인데 올해 정책자금 전체 규모가 4조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매년 최대 4천억원 또는 그 이상의 세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컨설팅 등록제 도입 자체가 기업의 성장을 돕는 정책자금이 브로커에게 흘러가도록, 그래서 비정상적인 시장이 성장하는 계기를 정부가 제공하는 격”이라며 “스스로의 노력으로 정책자금을 신청, 유치하려는 기업이 민간 브로커를 쓰는 기업에 밀려나는 ‘역차별’ 문제를 방지하는 데 정책 역량을 기울이는 것이 올바른 정책 추진 방향”이라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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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yeonggi.com/article/202603175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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