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노출·보복성 민원에 시달리는 의료·교육기관 관계자들 신고 꺼려 2024년 경기도내 신고율 15.7%뿐 “법적·제도적 안전장치 마련해야”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잔혹사③ 신고 의무자 보복위험 방치
정부가 소아과 의사, 유치원·초등학교 교사 등에게 아동 학대 의심 신고 의무를 지우고 있지만, 실질적인 보호 장치는 마련하지 않아 의무 신고자들만 보호자 보복 위험에 방치되고 있다.
중소 병원이나 담임 교사가 명확한 교육시설 입장에서 ‘신고자 신원 비공개 규정’이 방패막이가 되지 않는 탓인데, 전체 아동 학대 의심 신고 중 신고 의무자 신고 비중도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2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의 장과 종사 의료인 ▲유아교육법상 유치원의 장과 종사자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의 장과 종사자 등에게 아동 학대 범죄 사실, 의심 정황 발견 시 즉시 관계 당국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에 명시된 신고 의무자에 대한 안전망은 ‘신고자 인적 사항 비공개’ 규정이 전부다. 이에 경기 지역 곳곳의 의료·교육 기관 관계자들은 신원 노출과 그에 따른 보복성 민원에 시달린다고 입을 모은다.
도내 한 소아과 의사는 “환아에게서 아동 학대 의심 정황이 발견돼 신고하면 ‘아동학대범으로 몰아가는 병원’이라는 민원이 쏟아진다”며 “오죽하면 병원 내부에서 피해 정황이 발견돼도 신고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될 정도”라고 토로했다.
교사 역시 비슷한 민원에 시달리지만, 학교나 교육당국이 ‘교권 침해에 해당할 정도로 중하다’고 판단해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지 않는 이상 보호를 받기 어렵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사에게 아동 학대 의심 신고 의무가 주어져 있지만 그들에 대한 민원 피해를 즉각 구제할 근거는 미약한 상태”라며 “민원 중 정도가 지나친 경우를 추려 교권보호위원회를 열 수는 있지만 이것을 모든 피해 교사에 대한 보호책이라 말하긴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른 신고 의무자의 신고 위축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2024년 전국에서 접수된 아동 학대 의심 사례 4만7천96건 중 신고의무자의 신고는 1만104건을 차지, 약 21% 수준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전체 의심 사례 1만3천228건 중 신고 의무자 신고는 15.7%(2천84건)에 불과,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신고 의무자들을 보호자 보복으로부터 보호할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현행법상 신고 의무자에 대한 보호 조항은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수준으로 보복 시 처벌 등 실효성 있는 개정이 필요하다”며 “특히 교육기관의 경우 아동학대 의심 신고 창구를 유치원 내지 학교의 장으로 일원화하는 규정 개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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